'연간 1조2천억원 규모의 한국시장을 잡아라.' 세계 3대 엘리베이터시장 중 하나인 한국이 해외업체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 동양에레베이터는 세계 3위업체인 티센크루프(Thyssenkrupp)사와 합작을 위해 승강기 사업 일체를 관계사인 동양중공업에 양도한다고 20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미 세계 1,2위 엘리베이터 업체인 미국의 오티스와 독일의 쉰들러에 이어 티센까지 한국시장을 노크,'월드 빅3'가 한국에서 일대 결전을 벌이게 됐다. 게다가 이들 업체의 한국상륙이 모두 국내 토종업체의 인수,합작을 통해 이뤄져 국내업체의 입지는 더욱 약화될 전망이다. 티센의 한국 진출로 순수 국내업체로는 현대엘리베이터만이 남게 됐다. 동양은 조만간 티센사와 가계약을 맺고 자산 실사를 통해 양도금액 및 티센사의 출자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상장사인 동양에레베이터는 티센크루프가 비상장사에 투자하기를 원해 전체 자산의 93%,매출의 99.8%를 차지하는 승강기 사업부문을 비상장사인 동양중공업에 양도하면서 승강기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동양은 오는 9월1일 임시주총을 열어 영업양도 승인을 얻을 예정이다. 이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매수청구가격은 주당 7천40원으로 정해졌다. 노조 문제와 관련,회사측은 티센과 고용 및 단체협약의 승계,노조인정 등 3가지 내용에 구두합의했으며 노조와도 사전조율이 거의 끝난 상태라고 밝혔다. 동양 관계자는 "오티스와 쉰들러,미쓰비시의 잇따른 한국 진출로 기술력에서 한계상황을 맞게 됐다"며 "이번 제휴로 티센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흡수,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티센으로서도 지명도가 떨어지는 아시아지역에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시장은 연간 3만5천대,금액기준으로 1조2천억원에 달한다"며 "중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다는 점이 해외업체의 진출을 유인하는 결정적 이유"라고 말했다. 독일 10대 그룹 중 하나인 티센크루프는 엘리베이터부문에서만 지난해 매출 35억유로(4조6천5백억원·1유로=1천3백29원 기준),세전영업이익 3억6천만유로를 기록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