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 대외경제정책硏 연구위원 > 한ㆍ중ㆍ일 경제의 지리적 인접성과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삼국간 경제협력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협력 수준은 유럽이나 북미지역에 비해 크게 뒤져 있다. 최근 그 비중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세 나라 전체 교역에서 역내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특히 직접투자 부문에서의 협력은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아주 낮다. 세 나라간 경제협력 수준이 이처럼 낮은 것은 서로 다른 정치ㆍ경제체제 및 패권주의적 경쟁의식에 따른 정치적 갈등과 무역불균형으로 인한 경제적 마찰 등 다양한 제약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지역은 자원 기술 자본 시장 등 경제활동의 거의 모든 면에서 상호 보완성과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 독자적인 지역경제권과 경제협력체를 형성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일본의 첨단기술 및 자본, 한국의 생산기술 및 개발경험, 중국의 풍부한 노동력과 천연자원 등은 세 나라의 경제협력이 어떤 형태로든 활성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같은 가능성을 고려할 때 세계경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한ㆍ중ㆍ일의 협력 강화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 특히 참여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동북아 경제 중심 건설도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경제 통합과 동시에 추진할 때 그 파급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경제 협력의 필요성과 기대효과로 인해 동북아 FTA가 중ㆍ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중국과 일본이 아세안과 FTA를 서둘러 체결하려는 것은 자국 중심의 FTA 허브(hub)를 구축하려는 것과 관련이 깊다. 최근 중국이 보이고 있는 적극적인 FTA 정책은 한ㆍ일 FTA 추진에 중국이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방증이다. 일본은 한ㆍ중ㆍ일 FTA보다는 한국과의 FTA 추진을 선호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이 한ㆍ일 FTA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한국에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ㆍ중ㆍ일 FTA를 추진하는 것은 한ㆍ일 FTA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즉 한ㆍ중ㆍ일 FTA 논의가 활성화될수록 일본은 한ㆍ일 FTA의 필요성을 더 강하게 느낄 것이고 한ㆍ일 FTA에 대한 입장을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한국이 한ㆍ일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일본은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를 FTA 대상국으로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다. 산업 이전비용 측면에서 한국이 다른 국가보다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