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허브 전략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를 동북아 지역에서 경제적 자원이 이동할 때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요충지로 만들겠다는 개념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매우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리적 이점 이외의 환경은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외국인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노동시장은 경쟁국에 비해 높은 임금과 불안정한 노사관계를 드러내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그동안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활동에 대한 각종 규제가 기업들이 실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거되지 않고 있다. 여기다 최근 북핵문제를 비롯한 안보ㆍ외교상의 부정적 이미지와 정치적 불안은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부정적인 측면들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동북아 중심지 전략이 '우리만의 희망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전반에 걸친 기업환경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조성하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제도 개선 측면에서는 우선 기업활동과 관련된 세제를 개편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법인세를 예로 들면 현 수준인 27%보다 2∼3%포인트 낮추는 방안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공정거래법도 경쟁촉진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소리가 높다. 기업들의 활동을 옥죄고 위축시키기보다는 정상적인 경쟁활동을 보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다 금융제도 개혁을 통해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정부 소유 금융기관의 효율적 민영화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 △금융감독의 중립성 및 효율성 제고 △겸업화 및 대형화를 위한 선진 금융시스템 도입 등을 과제로 들고 있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체제도 갖춰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 권영민 연구위원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해고의 유연성이 아니라 인력 재배분과 재취업의 유연성을 뜻한다"며 "정책 목표를 인력 수요의 확대에 최우선으로 두고 취업 여건 개선을 중점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반시설 구축에서도 보다 구체적인 실현계획이 필요하다. 우선 현실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 물류산업의 체계적인 육성을 위한 물류산업육성법을 비롯해 정부의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법령의 준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수도권 경제력 집중 억제정책이나 농지사용허가제와 같이 공장 설립 절차와 관련된 각종 규제도 동북아 허브 건설에 비추어 개선될 점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동북아 허브 건설이 제도적 정비와 기반시설 확충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에 못지 않은 사회적 여건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외국인을 위한 병원도 약국도 학교시설도 제대로 갖춰 놓지 않은 상태라면 한국에 오고 싶어도 직원들이 원하지 않아 한국 진출을 결정짓지 못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늘어만 갈 것이다. 권 연구위원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내부에 산재해 있는 각종 배타적인 요소를 제거해 세계의 모든 인류와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북아 허브 전략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를 열린 사회, 열린 국가로 만드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