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시장은 유효경쟁체제인가 아닌가. '통신 3강'은 현실화될 것인가. 통신시장이 또다시 격변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런 논란이 일고 있다. LG그룹이 하나로통신 편입을 시도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하나로통신은 당초 외자유치를 추진했으나 최대주주인 LG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금은 LG측이 제안한 유상증자안이 이사회에서 통과돼 주총의 결정만 남은 상태다. LG 의도대로 되면 하나로통신과 데이콤 파워콤 간 전략적 제휴를 시도하고 여기에 LG텔레콤을 연결한다는 것이 LG의 향후 전략이다. 통신시장이 KT, SK텔레콤, 그리고 LG의 3각구도가 되는 셈이다. 이런 구도 자체는 물론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몇년 전 정보통신부가 '통신 3강'을 말했을 때도 사실 LG측의 이런 전열정비를 전제로 했다. 그러나 막상 그런 방향이 가시화되자 정부 주무부처인 정통부는 중립적 위치에 있다는 듯 행동하고 있다. "지금도 국내 통신시장에서는 유효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유효경쟁체제의 유지가 중요하며 통신 3강이니 몇강이니 하는 것은 시장의 현상일뿐 목표가 아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최근 발언이 바로 그러하다. 이 발언에 대해 말들이 많다. 통신시장에서 유효경쟁이 이뤄지고 있는지부터가 시빗거리다. 한편에서는 통신서비스 정책을 앞으로 어찌 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라고 지적한다. '유효경쟁'은 무엇이고, '통신 3강'은 또 무슨 의미일까. 유효경쟁(effective competition)은 현실적으로 완전경쟁(perfect competition)이 구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나온 개념이다. 그래서 작동가능한 경쟁(workable competition)이라고도 한다. 그동안 많은 경제학자들이 유효경쟁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핵심은 시장에 존재하는 기업들의 '시장지배력(market power)' 보유여부다. 문제는 이것을 기업의 수와 시장집중도 등 시장구조만 봐선 정확히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업간 담합은 없는지 등 기업행위 측면과 초과이윤의 정도, 가격인하의 정도 등 경쟁성과 측면을 동시에 따져 판단한다. 통신시장의 유효경쟁도 마찬가지다. 다만 통신시장이 전통적인 자연독점에서 출발했다는 점과 가입자의 전환비용, 통신망 등 필수설비의 지배력 등 통신서비스의 특성을 감안한다. 외국에서 사용하는 유효경쟁 평가기준을 보면 사업자수 시장점유율 등 시장구조 측면, 그리고 민영화 상호접속 번호이동성 등 경쟁환경 측면, 그리고 요금수준으로 표현되는 경쟁성과 측면을 따진다. 시장구조적 경쟁지표, 사업자간 경쟁지표와 함께 이용자가 유효경쟁의 편익을 체감하는지도 평가하는 것이다. 유효경쟁을 지향하는 정부정책이라면 결국 이런 기준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경쟁체제 도입, KT 민영화,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비대칭 규제 등은 유효경쟁체제와 연관된 것이다. '통신 3강'은 유효경쟁 평가기준중 시장구조 측면과 관련된다. 국내시장의 파이와 규모의 경제를 따져 3강을 안정적 경쟁구도로 판단했음직하다. 하지만 특정 경쟁구도는 정부가 어떤 경쟁환경을 조성하느냐에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통신서비스다. 바로 이 대목에서 지배적 사업자와 후발자 사이에 큰 시각차가 있다. 즉 후발자는 유효경쟁 여부를 기존 시장의 점유율 변화에서 찾는다. 지배적 사업자로의 '쏠림현상'을 문제삼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반면 지배적 사업자는 규제를 완화해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유선시장이 이동전화에 의해 잠식되고,또 유무선통신 방송 금융 등 각종 서비스가 융합되는 상황에서 시장별 유효경쟁 판단은 신규 사업을 방해할 뿐이라는 불평이다. 어쨌든 유효경쟁의 판단 기준은 간단치 않다. 사업자마다 시각 차이도 있고 이용자의 평가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통신시장에서 유효경쟁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통신 3강'은 시장의 현상일 뿐 목표가 아니라는 진 장관의 말은 일견 맞다. 엄밀히 말하면 '통신 3강'이 곧 유효경쟁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효경쟁체제가 이슈가 되는 한 통신시장 재편이 정부정책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