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의 장기 침체가 기업들의 신규 채용 축소로 이어지면서 '청년층 취업대란'이 본격적인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학교를 졸업(또는 중퇴)한 청년(15~29세) 4명중 1명은 높은 취업장벽에 부딪쳐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등 10명중 3명꼴(실업자 포함)로 일자리를 찾지 못한채 인력시장 주위를 맴돌고 있다. 청년층을 포함한 전체 인구기준 실업률도 전월에 비해 0.1%포인트 상승하는 등 실업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태다. 작년 동월에 비하면 0.5%포인트나 높아진 것이어서 최근 경기 불황의 여파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관건은 경기부양이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집행(4조5천억원)과 금리인하, 세감면 혜택 확대 등을 통해 전방위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연말이나 돼야 이들 부양책이 효과를 낼 전망이어서 당장 실업 문제가 풀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 고용 현 상황 유지도 힘들어 임종룡 재정경제부 종합정책과장은 "실업률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연간 4% 성장은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률 '1%포인트'로 약 6만명 정도를 신규 채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23만명씩 쏟아지는 신규 취업희망자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4% 성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런 계산은 벌써부터 어긋나고 있다. 지난 14일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각종 경기부양책을 동원하고도 올 성장률 목표치를 '3%대 중반'으로 제시했다. 고용사정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실업률이 경기에 3∼6개월 선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1,2분기의 연속적인 마이너스 성장은 하반기 채용시장에 먹구름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 광의의 실업률 이미 '4%' 넘어 6월중 구직단념자(지난 1년 동안 한번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는 8만7천명으로 전월보다 무려 20.8%가 늘었다. 구직단념자는 지난 5월을 빼고는 올들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주당 18시간 미만 일하는 불완전 취업자(8만2천명)와 실업자(75만5천명)를 합치면 광의의 실업률은 이미 4%를 넘었다는게 통계청의 추산이다. 더욱이 하반기중 대부분 기업들이 채용규모를 크게 줄일 계획이어서 취업을 아예 포기하거나 아르바이트 등 불완전 고용형태로 일하는 광의의 실업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채용 정보업체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최근 상장기업 및 코스닥등록 기업 3백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채용인원을 43.1% 줄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관건은 '경기회복' 여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2분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실업률은 하반기 경기가 부분적으로 회복되더라도 경제활동참가율과 더불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KDI는 이럴 경우 청년층, 임시ㆍ일용근로자, 여성 등 취약근로자 계층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더 위축되기 때문에 소득재분배 차원에서라도 경제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상황에 따라 이미 마련한 추경과 세제감면 확대, 금리인하 등의 조치 외에 하반기 세수입 상황을 고려해 2차 추경 편성도 고려하겠다고 밝힐 만큼 '실업대란'이 갈수록 심각한 발등의 불로 다가오고 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