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미국 로크웰사가 삼성전자 자동제어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로크웰삼성오토메이션. 이 회사는 1년만에 국내 공장자동화(FA)시장을 싹쓸이하면서 '본전'을 톡톡히 뽑고 있다.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과 삼성전자 텍사스 오스틴공장 등 국내기업의 대표적인 해외설비 투자건을 이 회사가 독차지했다. 앨라바마 공장의 경우 수주금액만 2천만달러로 삼성전자에 지불한 인수금액 2백10억원을 웃돈다. 삼성 계열사의 사업부문을 인수한 외국기업들이 눈부신 경영실적을 올리고 있다. 삼성 특유의 정교한 관리시스템과 우수한 설비가 외국 선진기업의 기술력 및 마케팅 능력과 결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 빠르게 국내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영국의 테스코사가 1999년 삼성물산 유통사업부문을 인수, 설립된 삼성테스코는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키우며 한국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인수 당시 2천5백억원이 채 안되던 매출은 매년 2배 이상 증가, 4년째인 지난해에는 2조1천4백억원으로 8.6배가 늘었다. 지난해 7개의 점포를 새로 내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도 4백8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개 점포를 낼 때마다 삼성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4억원을 받고 있는 삼성물산은 지난해에만 28억원의 '가외 수입'을 올렸다. 지난 2000년 삼성자동차를 인수, 국내 자동차 시장에 첫 발을 디딘 르노자동차도 불과 2년만에 시장점유율 두자릿수를 기록하며 한국시장에 안착했다. 지난해 SM5 단일 모델로만 11만6천대를 판매, 승용차 시장 점유율 15%를 차지했다. 삼성은 매출액의 0.8%를 브랜드 사용료로 받기로 한 계약조건에 따라 지난해 로열티수입으로만 1백42억원을 챙겼다. 르노삼성은 올들어 내수시장 침체로 다소 주춤거리고 있지만 지난해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선방하고 있다. 지난 99년 삼성중공업 건설중장비 부문을 인수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도 4년만에 이익이 10배 이상 늘었다. 99년 63억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익이 지난해 7백20억원으로 증가한 것. 볼보는 건설기계사업부문 본사를 아예 한국으로 이전, 생산기지 겸 연구개발(R&D)센터로 격상시켰다. 올해는 중국 건설시장의 호황으로 건설중장비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매각된 회사들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팔았을 뿐 모두 최신 설비와 우수한 기술인력을 갖고 있었다"며 "외국기업의 마케팅력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 결과"고 분석했다. 탐 오라일리 로크웰삼성 사장도 "삼성의 브랜드 파워와 제조능력이 다국적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결합, 시장입지를 크게 넓힐 수 있었다"며 "본사에서도 대표적인 인수합병(M&A) 성공사례로 손꼽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