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주기 판단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전미(全美) 경제연구소(NBER)가 최근의 경기침체(recesiion)가 이미 지난 2001년 11월끝났다고 밝혔으나 대다수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와는 거리가 있는 결론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7명으로 구성된 NBER 경기사이클 시점판단위원회는 17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회의를 가진 뒤 발표한 성명에서 2001년 3월 시작된 경기침체가 8개월만에종료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미국경제의 '바닥탈출'을 선언했다. 보통 국내총생산(GDP)이 두 분기 연속 감소할 때를 경기침체로 보는 일반적 관점과는 달리 NBER는 고용과 실질소득, 산업생산, 도소매 판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기의 위축 또는 팽창 여부를 판단한다. NBER는 "2001년 11월 경기의 바닥이라고 판단했을 때 위원회는 경제적 상황이이때부터 바람직해졌다거나 경제가 정상적 생산능력 가동으로 복귀한 것으로 결론을내린 것은 아니다"면서 "그보다는 경기침체가 그때 끝나고 회복이 시작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NBER이 이처럼 조심스럽게 부연한 것은 물론 많은 미국인들이 미국경제가 침체를 벗어난지 이미 2년이 다 돼 간다는 결론에 선뜻 동의하지 않으리라는사실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전문 사이트 CBS 마켓워치 닷컴은 NBER이 `바닥탈출' 시점이라고 밝힌 2001년 11월 이후 100만명 이상이 직업을 잃었고 은퇴노인들은 치솟는 약값과 저축에서나오는 소득의 감소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주가도 13%나 빠진데다 기업파산도 늘고있다는 점 등을 들어 NBER의 설명은 납득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마켓워치 닷컴은NBER의 경기침체 종료 선언이 보도된 후 독자들로부터 "장난치는 거냐" 또는 "수백만명의 실업자들에게 가서 그렇게 말해보라"는 등 비난성 반응이 빗발쳤다고 전했다. 일반 시민 뿐 아니라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기침체가 끝났다는 결론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린 리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다수 가정과 개인들은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NBER 경기사이클 시점판단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한국 언론사 뉴욕 특파원들과만난 모건 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고용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침체 종료 선언이 나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NBER의 판단대로 2001년 11월 경기가 바닥을 벗어났다면 "그 이후는 미국 역사상 가장 미약한 경기회복의 시기로 기록될 것이며 여러 정황상 새로운 경기침체가 찾아올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2001년 3.4분기부터 미국 GDP가 하락세를 멈춘 것을 비롯해 여러 지표상미국의 경기가 반등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분명해졌고 많은 연구기관들이 경기회복을 주장해왔는데도 NBER이 20개월이나 지나서 새삼 경기침체 종료 선언을 들고 나온 것은 `뒷북치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경제지표들이 나올 때 즉각 반응을 보이지 않다 별다른 변화도 없는 현시점에서 경제가바닥을 벗어났다고 밝혀 반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NBER은 이 기관의 업무가 경제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전하거나 미래를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기록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따라서착시를 일으킬 수도 있는 한두 분기의 지표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여러 추세를 장기적으로 지켜본 뒤 확실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을 방침으로 삼고 있다고 NBER는 설명했다. 어쨌든 체감경기와는 차이가 있지만 미국인 노벨상 수상자의 절반이 일했을 정도로 권위있는 NBER의 경기침체 종료 결론이 기업 지도자와 투자자 등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어느정도 자신감을 불어 일으키는 긍정적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