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10년 넘게 경기 침체에 빠져 있던 일본에서 희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몇가지 고무적인 경제 뉴스들이 지난 몇 주간 발표돼,일본을 들뜨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주가가 뛰고 기업 이익은 증가했으며,설비 투자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물론 낙관론이 일본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지금까지도 주기적으로 소폭의 경기 반등이 있었지만 경제를 침체에서 구출하기에는 언제나 역부족이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지난 2년과 비교할 때 좀 더 낙관적이다. 우선 주식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변화를 예고한다. 닛케이 225 지수는 20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4월 이후 30% 반등했다. 최근에는 장중이긴 하지만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1만엔 고지를 오르내리고 있다. 주요 시장에서 통화 정책을 완화해준 덕분에 전세계적으로 증시가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도 힘이 되고있다. 가계 입장에서도 분위기를 띄우는 희소식이 있다. 고통스럽지만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온 정리해고의 긴 터널에 마침내 끝이 보이고 있다. 또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3월에 끝난 2002회계연도에 1천6백개의 비금융사가 벌어들인 순익은 총 5조2천3백억엔으로 전년도의 적자에서 극적으로 반전됐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리해고가 한동안 불가피했던 것은 사실이지만,이는 디플레이션의 고리를 끊는 데는 별 도움이 안되는 고육지책이었다. 회사들이 잇따라 인력을 줄이게 되면,가계 소득과 기업 매출이 줄어들고 따라서 신규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정리해고가 주춤해지면서 내수와 가계 소득이 함께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 고무적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게다가 올해 1분기 실질GDP성장률이 2.6%를 기록한 데 이어 5월의 산업 생산도 전달보다 2.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2분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채용과 임금도 늘어났다. 일본 대기업들은 이번 여름 보너스를 평균 4.3%씩 올려줄 계획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최근 설문에서 기업들이 향후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난 점이다. 6월 단칸지수 조사 결과 대기업들은 자본 투자를 4.9% 늘리겠다고 답했다. 이같은 현상들은 당분간은 디플레이션의 기세가 어느 정도 누그러질 것을 예고하는 신호다. 내구재 가격의 하락 속도가 늦춰지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디플레이션의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정책입안자들이 이 기회를 살려 개혁과 회복을 밀어붙일 만한 지도력을 발휘해 준다면 장기적이고 견실한 경기 팽창을 위한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신은 금물이다. 지난 3월 취임한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그동안 어느 정도 정책을 완화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충분치가 않다. 은행,고이즈미 내각 및 금융청 간에 긴밀한 협력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우울한 현상이다. 일단은 좋은 뉴스들을 즐기면서,이 기조가 오래오래 유지되기만을 기대해보는 수밖에.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실린 'A Bit of Bounce,But Not Yet a Real Recovery'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