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콜금리를 두 달 만에 다시 인하한 데는 경제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지난 5월의 콜금리 인하(0.25%포인트)와 4조원대의 정부 추가경정예산만으로는 올해 3%대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 같은 우려는 한은이 이날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대폭 낮춘 데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번 콜금리 인하에는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보조를 맞춰 기업ㆍ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경기불안을 덜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간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9일 "금리인하에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셈이다. ◆ 예상보다 심각한 경제상황 한은은 지난 2ㆍ4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마이너스 0.7%로 추정했다. 지난 1ㆍ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어서 본격적인 경기 침체(recession)에 들어섰음이 새삼 확인됐다. 이같은 경기부진은 가계의 소비와 기업 투자가 극도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1ㆍ4분기 0.9%에 머물렀던 민간소비 증가율이 2ㆍ4분기엔 마이너스 1.2%로, 설비투자 증가율도 1.6%에서 마이너스 0.3%로 각각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 콜금리 인하 효과 있을까 한은은 이번 콜금리 인하에 따른 기대효과로 '주식시장 부양'을 첫손에 꼽았다.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화 강세(환율하락)'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승 한은 총재는 "정부가 추진 중인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높이고 유럽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의 금리인하 추세에 동참한다는 측면에서도 이번 콜금리 인하는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총재는 "정부의 감세정책과 추가적인 콜금리 인하로 4%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콜금리 인하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특히 설비투자를 촉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은 이날 "최근 들어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설비투자의 경기후행성(경기회복을 확인해야 투자를 늘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혼란스러운 한은의 상황인식 박 총재는 지난 5월 콜금리를 인하한 가장 큰 이유로 '고용대란'을 언급했다. 경제성장률이 4%대 이하로 떨어지면 한 해 10만명의 일자리가 날아간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같은 위기의식은 두 달 만에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박 총재는 "무리하게 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릴 필요는 없다"며 "이로 인해 파생되는 고용불안은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상황인식도 여전히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 총재는 "부동산 과열현상은 한 고비를 넘겼으며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부동산 침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콜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이 또다시 과열될 우려는 없다는 얘기다.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어떤 면에서는 전 세계가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는 상태로 봐야 한다"며 "금리 인하 효과가 제한적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