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전격적으로 이달의 콜금리 운용 목표를 연 4.0%에서 3.75%로 0.25% 포인트 인하한 것은 추락하는 경제를 추스르려는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부동산 투기 재연을 우려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막상 인하를 결행하자 놀랍다는 반응이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를 강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은은 2.4분기의 성장률이 1.9%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1%에서 3.1%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재정경제부도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오는 14일 발표하면서 경제성장률을 그동안 마지노선으로 생각해 왔던 4%대에서 3% 중반으로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주 재경부 차관보는 이날 능률협회 최고경영자 포럼에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3%대 중반이 될 것"이라고 말해 정부 관계자로서는 처음으로 3%대 성장을 기정사실화했다. 일단 이번 조치로 연내에는 더 이상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3.4분기 이후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추가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2.4분기 성장률 1.9%로 추락 2.4분기 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굳어질 공산이 커졌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올해 경제 전망에서 2.4분기 성장률이 1.9%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이 2분기 연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지난 4월에 제시했던 4.1%에서 3.1%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한은은 작년 12월에 5.7%로 제시했다가 이라크전과 북핵 위기, SK글로벌 사태, 사스 등을 감안해 4.1%로 크게 낮췄으며 이번에 악화된 경제 여건을 감안해 다시 전망치를 낮춘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0%, LG경제연구원은 3.3%로 이미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끌어내렸으며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성장률 전망을 기존의 4.2%에서 3.1%로 수정했다. 금융연구원은 3.4%를 제시했다. 한은은 2.4분기를 바닥으로 하반기엔 경제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3.4분기 2.7%, 4.4분기 3.8%로 하반기의 평균 성장률은 상반기의 2.8%보다 높은 3.3%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소비자물가는 당초 3.9%에서 3.5%, 경상수지는 10억달러 적자에서 20억달러 흑자로 각각 전망됐다. 수출이 잘돼 경상수지가 흑자를 낼 것이라는 소식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 콜금리 0.25%P 전격 인하 이같은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금융통화운영위원들은 격론 끝에 이달의 콜금리를 0.25% 포인트 내렸다. 박승 총재는 "수출은 견조한 호조를 지속하고 있으나 생산.소비.투자.건설 등은매우 침체돼 있어 금리 인하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편성한 4조2천억원 규모의 추경과 자동차 특소세 등 세금 인하, 지난 5월에 이은 금리 추가 인하 등으로도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4% 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총재는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이번 추가 금리 인하로 어느 정도 성장률이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4%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은은 금리 추가 인하로 가계와 기업이 2조원 정도의 이자 경감 혜택을 받아투자와 소비 진작에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 부동산 투기 우려 없나 한은이 콜금리를 인하하면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부동산 투기 재연이다. 한은의 희망대로 400조원에 이르는 부동 자금이 증시로 유입된다면 다행이지만 부동산으로 흐를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한은은 정부가 강력한 투기 억제책을 시행하고 있는 데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작년에 비해 크게 둔화돼 금리 인하가 부동산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예상하고 있다. 박 총재는 "부동산시장이 현재 안정을 유지하고 있으나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부동산 투기 조짐이 다시 보일 경우 정부가 더 강력한 대책을 세우기로 협의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금리 추가 인하로 부동산 투기 재연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부동 자금이 시중에 넘쳐흐르는 상황에서 금리가 내렸기 때문에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지 않을 경우 부동산쪽으로 자금이 쏠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희박 한은은 2.4분기를 바닥으로 3.4분기 이후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 박 총재는 "성장률이 4%가 되지 않을 경우 무리(금리 인하)하면서까지 4%를 달성해야 할 지는 따로 생각해봐야 한다"며 추가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또 "4% 성장 달성했으면 하는 것이 한은의 소망이지만 현재의 경제 여건을 볼 때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성장률이 4%에 못미칠 경우 고용면에서 일부실업이 나오는 것은 참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5월 금통위 때 "성장률 4%가 안되면 고용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추가로 금리를 내려서라도 4%에 맞춰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던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 연내 경기 회복 가능할까 국내 경제예측기관들은 하반기 경제가 지금보다 다소 나아질 것으로는 예상하고 있지만 회복 속도는 아주 느릴 것으로 보고 있다. 'L'자형 침체가 연말까지 이어진 뒤 내년 상반기에나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많은 전문가가 2.4분기를 경기 저점으로 보고 있으나 사실 3.4분기가 바닥이 될 가능성이 높고 소비와 투자가 극도로 위축돼 이른바`2중 침체(더블 딥)'의 징후도 보인다"고 말했다. 오 상무는 "경기가 계속 침체될 경우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을 자신만 있다면추경 편성과 특소세 인하 등과 함께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해 가계와 기업의이자 부담을 줄여 소비와 투자를 부추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융연구원 박종규 박사는 "현재 투자와 소비 위축이 이어지고 있으나 경기 저점은 2.4분기이며 3.4분기에는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4.4분기에는 소비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따라서 "현 단계에서 부작용만 부각될 수 있는 금리 인하나 추가 추경 편성 등 미봉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쌓아 두고 있는 현금을 투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각종 기업 관련 규제나 노동정책 등을 기업 활동하기좋은 환경으로 바꾸는 것이 올바른 접근 방식이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