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공격으로 축출당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이라크인들의 지갑에서도 영원히 퇴출되게 됐다. 이라크 전후재건을 이끌고 있는 폴 브레머 최고행정관은 7일 TV로 중계된 연설을 통해 기존 화폐인 `디나르'의 유통을 내년 1월15일부터 중단한다며 이를 위해 오는 10월15일부터 3개월간 신.구 화폐의 1대1 등가교환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새 지폐는 구 지폐와 색깔이 다르고 위조가 불가능하도록 훨씬 정교하게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후세인의 초상이 빠지는 새 이라크 지폐는 91년 걸프전쟁 이전에 발행된 구 지폐(속칭 스위스 디나르)를 모델로 50디나르권(약 50원)에서 2만5천 디나르권(약 2만1천600원)에 이르기까지 6종이 발행될 예정이다. 걸프전 이전에 발행된 이라크 지폐는 바그다드의 학교, 바빌로니아 왕조시대의함무라비왕 동상, 바그다드 창건자의 초상, 아랍지역 토종 말과 다양한 골동품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지폐는 쿠르드족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이라크 북부지역에서는 지금까지 주요 화폐로 유통되고 있으며, 그밖의 지역에서도 사용돼 왔다. 미군 당국 관계자들은 "이라크 지폐를 바꾸기로 한 것은 지폐에서 후세인의 초상을 없앤다기 보다는 유동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라크는 걸프전 이후의 금수조치로 외국업체에 의뢰해 오던 지폐 제조를 국내로 돌리면서 1941년부터 사용하던 종전 화폐를 현재의 화폐로 바꾸면서 후세인의 초상을 새겨 넣었다. 현재 이라크에서는 후세인의 초상이 새겨진 1만 디나르권과 250 디나르권 등 2종의 화폐가 주로 유통되고 있으나 전쟁전 발행된 1만 디나르권 지폐를 이라크인들이 기피하면서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군 당국은 지난 6월 후세인의 초상이 실린 250 디나르권 소액지폐를 수백만장 찍어냈다. 미군 당국 관계자들은 새 이라크 지폐를 인쇄할 업체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영국의 인쇄업체가 낙찰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군 당국은 많은 이라크 국민들이 전기부족 등으로 브레머 최고행정관의 TV연설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화폐 교환을 알리는 전단을 뿌릴 예정이다. 한편 브레머 행정관은 올 하반기 예산으로 석유판매와 해외 동결 이라크 자산에서 조달하는 64억 달러를 편성했으며 미국 지원금 32억달러를 전후재건 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라크 국부를 훔치고 남용해 온 관리들이 이제는 사라졌다"며 이라크의재산은 이라크 국민들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독립적인 이라크 중앙은행의 설립을 선포했다. 이와 관련, 소식통들은 이라크 중앙은행 임시 총재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관계처럼 브레머 행정관으로부터 독립해 중앙은행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바그다드 AP AF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