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노조는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에 만족하지 않는다. 고임금에 견디다 못한 사용자측이 공장을 동남아나 중국으로 옮기려는 시도 등을 무산시키기위해 경영참여까지 요구하고 있다. 노조에 발목을 잡힌 사측은 고율의 임금인상에 동의하는 대신 중소하청기업에 고통분담(자체 임금인상 부담을 납품가 인하 등으로 하청기업에 전가시키는 것)을 강요하는게 현실이다. 대기업 노조들이 '나라경제나 중소하청기업'의 사정을 못 본체하며 자신의 몫챙기기에 급급한 결과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는 노노분쟁및 사회 계층간 갈등의 근본요인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나라경제와는 따로 노는 대기업 노조들=외국계 투자은행 가운데는 한국경제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1~2%대로 곤두박질 칠 것으로 전망할 정도로 경기 전망이 암울하다. 최근들어선 디플레이션 조짐마저 나타나면서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일본형 장기불황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기업 노조들은 '경제공동체의 상황'과는 딴판이다. 이들은 '하투(민노총 주도의 여름총파업투쟁)'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임단협을 통해 낮아도 5%, 높게는 15~16%선의 임금인상률을 제시하고 있고 대부분 관철하고 있다. 최근 노사협상이 타결된 현대중공업 노조는 7.8%,대우조선해양은 5.4%,대우종합기계는 5.99%의 임금인상을 얻어냈다. 현대차 노조는 11.0%,지난 5일 전면파업에 들어간 LG화학 노조는 기본급 대비 15.84%를 회사에 요구하며 협상을 벌이고 있다. ◆대기업 임금은 이미 선진국수준=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한국 대기업 근로자 임금은 이미 미국이나 일본수준에 도달했고 세계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는 독일근로자들에 약간 못미친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한국바스프에 근무하는 15년차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6천만원에 달한다. 바스프 본사가 있는 독일의 근로자는 이보다 20% 정도 더많은 임금을 받는데 고율의 세금 등을 감안하면 한국근로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오히려 높은 편이라고 바스프 관계자는 밝혔다. ◆거세지는 이기주의=대기업 노조는 겉으로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외치면서도 속으론 이들의 조직화에 강한 우려를 갖는 양면성을 드러내고 있다. 비정규 근로자들이 정규직에 고용불안을 느끼게 할 만큼 사업장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엔 90여개사 8천여명,현대중공업에는 1백50여개사 9천여명의 비정규직이 사내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6월 현대차 노조가입을 추진하다 무위로 돌아간 비정규직은 "규약개정을 통해 1,2,3차 전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노조에 가입시켜 줄 것"을 노조측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에 대해 노조 가입대상을 1차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제한하고 대의원 대회를 거쳐야 한다는 규약개정을 현재로선 자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어 임단협 별도요구안에 '신설 서산공장서 일할 근로자 신규 채용시 반드시 정규직을 고용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대기업 노조의 이같은 이기주의는 산별노조로의 전환 여부 투표 부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근로조건 등이 훨씬 열악한 동종 중소업체와는 함께 행동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8일 노조 설립총회를 갖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