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출에 의존해온 베트남 진출 한국섬유업계에 수출쿼터 비상이 걸렸다. 7일 남.북부섬유봉제협의회 등 현지진출 한국업체들에 따르면 미국과 베트남이니트셔츠 류 등 미국에 수출되는 베트남산 38개 섬유품목에 대한 쿼터 적용시기를지난 5월1일부터 적용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연간 3억 달러 이상의 제품을 미국시장에 수출해온 현지진출 한국섬유업체들의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베트남 정부가 6월초부터 3차례에 걸쳐 배정한 실제쿼터량은 전년도 대미수출실적에 근거한 실적쿼터의 경우 예정량의 30∼60%, 생산능력을 고려한 개발쿼터는 예정량의 20∼30%밖에 되지 않아 진출업체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이 쿼터량은 1∼2개월의 생산.수출량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다수 업체들은 8월이후 수출물량에 대한 쿼터를 확보하지 못해 속병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지난해 하반기나 올해 초부터 생산에 들어간 일부 신규업체의 경우 쿼터를 아예 배정받지 못해 조업 중단에 따른 막대한 손실이 우려된다. 또 특정업체가 확보한 쿼터를 다른 업체에 넘겨주거나 받을 수 없도록 한 규정(양.수도금지규정) 때문에 이미 계약된 물량을 선적하지 못하는데 따른 손해배상 요구 급증과 기존 거래선의 이탈 등으로 자칫 연쇄도산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현지업계의 설명이다. 베트남 정부가 이처럼 쿼터량을 적게 배정한 것은 쿼터량 산정의 기산일인 5월1일부터 수출허가서 발급일인 6월15일 사이에 엄청난 물량이 미국으로 수출돼 이미쿼터량의 상당부분이 소진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즉 이 기간에는 수출량에 제한이 없는 점을 악용한 일부 생산업체들이 무리한 수출을 강행한 데다 특히 상당량의 중국산 섬유류가 베트남산으로 원산지를 바꾼뒤 베트남을 통해 미국으로 환적.수출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베트남 정부가 쿼터 소진으로 수출을 못하는 상황을 우려해 소량만을 배정한 것이라는 것이 현지업계의 풀이다. 현지업계 관계자는 "5월1일부터 6월15일 사이에는 수출량에 제한이 없었지만 실제로는 이를 쿼터량에서 제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면서 "더구나 이 기간에 수출된물량이 전체쿼터량의 30% 이상인 데다 일부 품목의 경우 이미 쿼터량을 소진했다는 전망이 나돌면서 업체들의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련업체들은 ▲현지 미국상공회의소(Amcham), 대만, 홍콩 등 대미수출비중이 큰 외국투자협의회와 공동으로 베트남 정부 유보물량의 추가배정 및 양.수도허용 촉구 ▲관련업체가 밀집한 동나이, 빈즈엉 등 남부지역의 지방정부를 통해중앙정부에 쿼터배정 확대 건의 ▲내년도 쿼터의 조기배정(carry forward) ▲중국산섬유류에 대한 환적단속 강화 요구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한편 지난 2월말 현재 베트남에 대한 한국 섬유업계의 직접투자는 119건, 2억833만달러이지만 신고없이 진출한 업체나 임가공무역업체를 포함하면 진출업체수는 3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미국에 대한 올해 베트남산 섬유류의 수출목표를 지난해보다 2.5배나 많은 20억달러선으로 책정했으나 4월 섬유쿼터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실제 수출규모는 17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하노이.호치민시=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