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제조업 경기는 상반기에 비해선 비교적 나아질 전망이다.


반도체 정보통신 등 IT(정보기술)분야 생산.수출이 두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며 제조업 경기 회복세를 이끌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자동차 철강 등 일부 주력산업은 내수 위축으로 여전히 부진을 면하기 어려워 전반적인 회복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11개 주요 제조업종 3백54개 업체를 대상으로 '하반기 전망'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


하반기에도 역시 내수보다는 수출,전통 기간산업보다는 IT에서 경기가 되살아날 조짐이 뚜렷하다.


소비심리 회복이 더디지만 수출에서 벼텨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계 '하투(夏鬪.여름철 파업투장)'로 인한 생산차질이 우려되고 원.달러 환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수출도 낙관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 기업 투자를 되살릴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푸는 문제도 정부부처간 의견절충이 쉽지 않아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최준영 산자부 산업정책국장은 "제조업 경기가 IT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노사관계 안정,세계경기 회복 등 대내외 불확실성 제거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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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던 반도체 D램 가격이 지난 5월을 고비로 뚜렷한 오름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경기가 상승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 PC 교체수요가 일어나고 있는 데다 PC 제조업체들이 PC에 탑재하는 반도체 메모리 용량을 늘리고 있는 점이 주요인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반도체 생산 증가율이 23.2%에 달하고 수출에서도 18.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상무부가 하이닉스반도체에 고율의 상계관세를 부과했지만 해외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등 주변부시장의 PC수요가 늘고 미국 인텔이 '스프링데일' 칩셋 출시 이후 PC업체들이 'DDR 400'에 대한 주문을 늘리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DDR 226' 대신 고가의 'DDR 333'과 'DDR 400'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 가전 ]


디지털가전으로 성장 중심이 옮겨진 가전 업종의 하반기 기상도는 '맑음'이다.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 IT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고,높은 품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한국산 제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늘고 있어 생산·수출에서 모두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됐다.


하반기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2.8%,수출은 13.7% 각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하반기에는 이라크 전쟁,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 등의 악재가 사라지면서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의 가전제품 수출이 호조를 띨 전망이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어 내수에서는 7.3% 증가하는 데 머무를 것으로 조사됐다.



[ 정보통신 ]


정보통신은 내수시장에선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수출 호조 덕에 선전하고 있다.


수출이 20% 안팎 급증하면서 생산 증가율이 상반기 17.4%에서 하반기에는 19.5%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내수도 상반기보다는 소폭이나마 개선(5.8%→6.8%)될 것으로 예상됐다.


휴대폰 판매도 상반기보다는 나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카메라는 IT부문에서도 가장 성장 전망이 밝다.


올해 판매 예상치인 70만대 가운데 여름 방학·휴가철과 졸업·입학 시즌이 몰려 있는 하반기에 60%가 팔려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스템통합(SI)도 대규모 공공부문 IT사업 투자집행이 하반기에 집중돼 있어 완연한 성장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인터넷 포털업체와 온라인게임 사업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 석유화학 ]


석유화학의 상반기 실적은 암울했다.


내수(-0.6%) 수출(-2.1%)이 모두 감소세였다.


극심한 내수경기 침체에다 주력시장인 중국마저 사스로 생산활동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이같은 부진을 털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사스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서 대 중국 수출이 본궤도에 올라 하반기 석유화학 수출은 9.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업체들이 상반기에 증설한 공장들이 가동에 들어가 생산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7.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수에서도 가전 등 연관 수요산업의 호조세에 힘입어 7.5% 증가세로 반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 섬유 ]


섬유업종도 상반기보단 나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엔 이라크 전쟁에 따른 미국 중동 지역의 수출 감소,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납기지연·조업차질,사스 확산 등의 잇단 악재로 생산(-2.8%) 내수(-6.3%) 수출(-2.1%) 등이 모두 저조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미 경기 회복조짐에다 최대시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수출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적극적인 내수경기 부양책을 펴기로 한 점도 섬유경기에 긍정적이다.


물론 세계경기가 아직 본격 회복기에 들어서지 못했고 국내 인건비·물류비 상승으로 인해 후발 개도국과의 가격경쟁에서 열세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그러나 섬유경기는 상반기 바닥을 치고 다소간 실적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 조선 ]


조선 경기는 비교적 '쾌청'하다.


상반기 노사안정을 바탕으로 선박 제조공법을 꾸준히 개선해 수출이 14.7% 증가했다.


수주에서도 작년 말부터 호조여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는 물론 중형조선소까지 향후 2년반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다.


하반기에는 카타르 국영 가스회사의 20억달러 규모 LNG선 프로젝트를 국내 조선업체가 따낼 가능성이 높아 조선업종의 호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수출은 비교시점인 작년 하반기 실적이 워낙 좋아 6.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주도 하반기엔 67% 급감할 전망이지만 상반기 수주 호조로 연간 전체로는 사상 최대(7백10만CGT) 수주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 기계 ]


기계는 상반기 경기부진에 따른 내수·투자 위축 등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반도체업계 증설수요 증가 등으로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다수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기계 수출은 상반기 18.0%에서 하반기 9.5%로,내수도 10.1%에서 3.8%로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 시멘트 ]


시멘트 업종의 하반기 생산은 내수경기 부진으로 상반기 증가율(11.1%)보다 낮은 3.8%에 그칠 전망이다.


내수는 주택 경기과열을 막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의 영향으로 증가율이 상반기(11.4%)보다 크게 낮아진 6.4%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출에선 세계 경기가 점차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제 아래 상반기 감소세(-15.9%)를 딛고 46.7% 급증,연간 전체로는 8.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 자동차 ]


주력 기간산업인 자동차는 수출로 버티고 있지만 내수가 워낙 얼어붙어 기상도는 여전히 '흐림'이다.


수출은 미국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4.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 증가에 따라 생산도 0.3% 증가가 예상된다.


그러나 내수에선 상반기 부진(-8.1%)을 떨쳐내지 못한 채 3.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다 고소득층의 수입차 선호경향과 수입차업계의 공격적인 마케팅 등으로 외산자동차 수입은 상반기에 이어 40% 가량 급증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 철강 ]


철강 업종은 생산 내수에서 모두 부진할 전망이다.


생산은 가전 자동차에 쓰이는 판재류의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이지만 형강 등 건자재 수요 감소로 작년 동기 대비 1.7% 감소하고 내수도 재고 증가로 인해 3.5% 줄어들 것으로 점쳐졌다.


수출에선 철강업체들이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수출노력을 강화해 4.2%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수급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변수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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