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제시한 네덜란드식 신노사모델에 대한 논란이 일고 가운데 유럽 기업인들이 "네덜란드 모델은 합의 문화가 뿌리내려지지 않은 한국에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나서 주목된다. 주한 유럽기업을 대표하는 주한EU상공회의소 신임회장단은 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코스모스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네덜란드식 노사모델은 네덜란드 고유의 '공감대(Consensus) 문화'에 바탕을 둔 것"이라며 "한국에서 도입하기는 어려운 모델"이라고 말했다. 조셉 데이 부회장(마켓 엔트리 서비스 대표)은 "네덜란드는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집단들이 공감대를 형성해가면서 논리적으로 결론에 도달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며 "반면 현재 한국의 모습을 보면 문제가 될 만한 것, 충돌되는 부분만을 찾으려는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신 그는 영국식 모델이 한국에게 많은 교훈을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영국 출신인 그는 "지금 한국의 모습은 70년대 영국의 모습"이라며 "당시 영국은 노조의 투쟁적인 이미지로 악명이 높았고 '유럽의 문제아'로 낙인찍혔지만 노조와 관련된 단호한 법 규정 마련으로 지금은 신뢰받는 국가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정부는 노조의 불필요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에 대해 노조 스스로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 규정을 단기간에 정비했다"며 "한국 정부도 이같은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행사장에서 마르코스 고메즈 신임 회장(바이엘코리아 사장)은 7월3일자 파이낸셜 타임스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한국 노조의 투쟁 사진을 가리키며 "붉은 띠를 두른 노동자의 투쟁적인 모습이 바로 세계에 비치는 한국의 이미지"라고 꼬집었다. 그는 "노동 관련법이 더 유연해져 경쟁국인 싱가포르나 홍콩 등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해야 하고 기업들이 시장상황에 따라 인건비를 조정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롬 스톨 부회장(르노 삼성 대표)은 노조 문제에 대해 "모든 기업은 기본적인 규정과 경영지침이 있는데 이 기본 철학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으면 기업의 미래 자체가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며 "수익성이 있는 성장을 위해 유연성과 경쟁력, 기업 내부와 외부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