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적격지다(영국 이코노미스트지). 특히 지난 80년대초 마련된 노사협력 시스템인 폴더(Polderㆍ간척지) 모델은 좋은 기업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 노사분쟁이 거의 '제로' 수준에 가깝다. 그러나 산업 및 문화적 차이를 감안할 때 이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 기업을 위한 폴더모델 =네덜란드엔 춘투(春鬪) 대신 춘협(春協:Spring Consultation)이 있다. 파업에 따른 휴업일 수는 연평균 3일(1996∼1998년 기준)로,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중 가장 적다. 그러나 80년대 초까지만해도 네덜란드는 이런 나라가 아니었다. 81,82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겪었지만,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와 파업은 끊이질 않았다. 침몰 직전의 경제를 건져낸 것이 바로 국민적 합의에 의한 경제개혁, 즉 '폴더모델'이다. 폴더란 13세기 이래 전 국토의 20% 이상을 간척했던 국민적 화합의 상징이다. 노사 양측은 82년 11월 헤이그 북쪽 작은마을인 바세나르에서 '임금억제'와 '고용촉진'을 주고 받는 대타협안(바세나르 협약)을 도출해 냈다. 물론 '합의'가 기본 정신이다. 이후 노사관계의 초점은 '임금인상'에서 '고용유지'로 바뀌었다. ◆ 한국실정에는 맞지 않아 =폴더모델은 분명 네덜란드에는 좋은 노사화합 제도다. 그러나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 제도가 유럽식 사회복지 제도와 미국식 자본주의를 교묘하게 융합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미국이나 다른 비유럽국가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합의제도 미국식 경영제도에 익숙한 국가에는 낯선 문화라는 것이다. 또 네덜란드인들은 17세기부터 해상무역을 통해 뉴욕 등 세계를 개척해온 개방적 민족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 '친(親)기업적' 문화가 배어 있다. 다소 폐쇄적이고 노사협상이 곧잘 파국으로 치닫는 한국과는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구조도 상반된다. 네덜란드는 국내총생산(GDP)의 67% 이상을 금융 등 서비스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사실상 제조업이 경제를 끌어가고 있다. 그만큼 노조가 강성일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서는 네덜란드 내에서도 폴더모델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나치게 '합의'를 강조,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 그것이다. 필립스 등 일부 제조업체들이 본사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