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사태가 사실상 노조의 '백기투항'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향후 노동계의 투쟁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친노(親勞)에 치우쳤다는 비난을 받아온 정부의 노동정책기조가 이번 철도파업을 계기로 '대화에 따른 타협'보다는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처'쪽으로 선회할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 '법대로 처리' 철도사태로 상당한 자신감을 얻은 정부는 앞으로도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협상은 물론 대화도 없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처리한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철도사태가 민주노총을 온건에서 강경노선으로 선회시킬수 있는 상황에서도 협상과 대화 보다는 경찰력을 동원했고 해산된 노동자들이 업무 복귀명령을 따르지 않자 무더기 징계한 사실에서도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여기에다 교통대란으로 불편을 느낀 국민들의 비판여론이 쏟아져 나오면서 정부는 결국 노동계를 공권력이라는 '힘'으로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한마디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노동계의 고질적 관행이라고 지적했던 '선파업, 후타협'을 깨뜨린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노동계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인다는 입장이지만불법으로 규정된 파업에 대해서는 협상 대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갈 것으로예상된다. ◆노동계 입지 좁아져 철도사태는 노동계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달 28일 새벽 정부가 철도노조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했을 때만 해도 노동계는 크게 격앙하면서 반발했다.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이 군사정권시절로 회귀했다고 성토하면서 노 대통령과의전면전까지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조합원들에게 업무 복귀명령을 내리자 상부조직인 민주노총은 맥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상급단체가 강경 투쟁을 강요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급단체와 단위노조간의 입장차이는 개별 사업장 부문에서도 이미 나타났다. 민주노총이 철도파업 공권력 투입에 강력 반발하면서 임단협투쟁을 강력한 대정부투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는 전면파업을 거두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현대차 노조의 산별전환 실패 사례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산별체제 를 지향하던 민주노총으로서는 큰 장벽에 부딪힌 것이기 때문이다. ◆노-정 관계 변화 노동계와 정부와의 관계는 철도사태를 계기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민주노총의 경우 새정부들어 상당한 밀월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이번 철도파업을 계기로 삼아 어느정도 선을 긋는 관계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까지 주장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정책을 접고과거 정권처럼 공권력을 통해 노자자를 진압하는 반개혁적 행태를 한 만큼 정부투쟁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 가입문제도 물건너갔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도 철도사태 해결에 공권력이 동원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면서 대정부투쟁 전환 가능성을 정부에 경고했지만 당분간 특별한 이슈가 없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다만 9월 정기국회 일정에 맞춰 경제특구법 폐기와 비정규직 노동자성 인정, 최저임금제 개선 등 정책적인 사안을 갖고 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현대차 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산별전환 투표 결과에서도 나왔듯이 단위노조 조합원들이 양 노총의 투쟁방침을 적극 따라줄 것이냐는 문제도 노동계의 큰숙제거리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노동계와 정부 일각에서는 철도사태 과정에서 드러난 새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변화 움직임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노동계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것으로 비쳐진 부분은 철도사태를 계기로 어느정도 해소됐다고 볼 수 있지만 새 정부가 추구해온 '친노동자적 성향'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 전준상기자 chun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