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공장 해외이전이 또 다시 산업계의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0년대 이후 단순히 높아진 임금 등으로 국내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어 중국 등지로 생산기지를 옮기던 것에서 나아가 기업들은 이제정부규제나 노사분규를 피하고 더 나은 경영 환경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경제5단체는 노동계 파업이 계속될 경우 '기업들은 공장문을 닫거나 해외로 나갈 수 밖에 없다'고 밝혀 정부와 노동계에 공장해외이전 가능성을 경고했지만실제로 국내 산업공동화 현상은 이미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우리나라 산업의 해외이전이 일본 등 선진국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오는 2007년 이내에 전체 GDP에서 제조업이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떨어져 산업공동화 문제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생산라인의 해외이전은 과거 신발, 섬유의복 등 경공업 위주에서 최근엔전자통신,조립금속,기계장비 등 중화학공업의 고부가가치 제품쪽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자 = 삼성전자[05930]는 지난해말 전자레인지 생산라인을 태국 법인으로 완전 이전한데 이어 냉장고와 에어컨의 경우도 해외법인 생산량이 국내 생산량을 추월,생산 중심축이 해외로 넘어갔다. 지난해 냉장고는 해외법인 생산량이 전체의 54.2%를 차지했고 에어컨은 중국과태국, 멕시코 등지의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역시 전체의 53.2%로 절반을 넘어섰다. LG전자[66570]도 세탁기의 경우 지난해 중국, 태국, 인도, 베트남 등지의 생산량이 240만대에 달하면서 국내 생산량(250만대)에 바짝 접근했고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전자레인지 생산을 광주에서 중국 톈진(天津) 법인으로 점차 옮겨가고 있다. 문제는 전자업계의 생산기지 해외이전이 점차 반도체 등 첨단산업으로 옮겨갈가능성이다. 올들어 삼성전자의 화성 반도체공장 증설 논란이 확산되면서 일부에선 삼성전자가 화성공장 증설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중국 쑤저우의 반도체 조립공장을 증설하는등 해외투자쪽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섬유 = 효성[04800]은 중국에 스펀덱스 공장, 타이어코드 공장을 신.증설하는등 신규투자는 국내보다 중국 등 해외에 집중하고 있다. 코오롱[02020]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중국에 타이어코드지 공장을 짓는 등 지난해부터 중국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의류업체인 신성통상은 지난 86년 코스타리카 진출을 시작으로 온두라스, 중국등지에 진출해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베트남 공장을 신축, 8월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태평양물산[07980] 역시 80년대말부터 중국, 미얀마, 베트남 등으로 생산기지를이전하면서 국내 공장을 폐쇄해 현재는 국내생산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47050]은 인건비 요인 등을 감안해 지난 91년 일찌감치 중국에`다롄텐트'라는 텐트공장을 설립해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과 유럽지역에 수출하고 있다. ◆중공업.조선 = 대우종합기계는 96년 6월 중국 현지 생산판매법인인 `옌타이유한 공사'를 통한 중국내 굴삭기 판매가 호조를 보이자 지난 4월말 인근에 공작기계 현지 생산판매법인을 세웠다. 대우종합기계는 내년부터 이곳 현지 소형 굴삭기 전문 공장에서 1-4t급의 초미니 굴삭기의 생산에 본격 착수, 중국과 유럽 등지에 공급할 계획이다. 조선업계의 경우 직접적인 설비.공장의 해외이전은 아니지만 인력부족 해소와원가절감 효과를 동시에 누리기 위한 아웃소싱 붐이 활발하다. 지난 95년 중국 저장(浙江)성 동부에 현지 생산법인인 닝보(寧波)조선소를 설립,97년부터 선박용 블록 등 조선기자재를 아웃소싱 해온 삼성중공업은 최근 생산규모를 초기의 연간 2만GT 수준에서 5만GT로 크게 늘렸다. 현대미포조선도 현재 중국에 블록생산 현지 법인을 설립하거나 기존 베트남 현지법인인 비나신 조선소 시설을 확장하는 방안중 하나를 추진키로 했다. ◆현지시장 공략 위한 해외진출도 활발 = 중국에 12개 합작법인을 운영중인 포스코[05490]는 합작법인들이 포스코에서 생산된 중간재를 수입, 하공정 처리를 통해중국시장에 철강 제품을 내놓토록 함으로써 중국의 높은 무역장벽을 넘고 있다. 포스코는 그러나 최근엔 우회수출 차원을 넘어 현지 합작법인에서 발생한 투자이익을 현지에 재투자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초우량 철강기업을 건설하는 쪽으로 목표를 잡고 중국철강업과의 공동발전을 꾀하고 있다 SKC[11790]도 중국 진출을 위해 90년부터 푸젠성 푸저우의 비디오테이프 공장을시작으로 광둥성 동관시와 랴오닝성 선양시, 광둥성 광저우시 등에 7개의 공장을 운영중이며 오는 10월에는 장쑤성 오강시에 LCD용 필름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현대차[05380]는 작년말 중국 합자회사인 베이징현대기차의 가동에 들어간데 이어 2005년 판매를 목표로 미국 앨라배마공장의 건설에 들어갔으며 옛 동유럽권에 유럽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현대차와 함께 현대모비스[12330], 만도 등 부품업체들도 현대차에 대한 부품공급을 위해 중국에 이미 진출한데 이어 미국에도 동반진출키로 하고 현지공장 건설에 나섰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