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의 산별노조 전환 시도가 28일 실패로 끝남에 따라 당분간 대규모 사업장의 산별전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와함께 국내 최대규모 사업장인 현대차 노조가 파업의 강도를 낮추고 다음달1일부터 사측과 임단협을 재개키로 결정, 올 노동계 `하투' 전반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노조의 이같은 노선 수정으로 그동안 재계와 노동계간 `대리전' 양상으로치닫던 현대차 노사가 이제부터는 임금 등 내부문제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현대차노조를 전면에 내세웠던 노동계의 `세 결속'도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재계는 `태풍의 눈'이던 현대차 노조의 산별전환이 불발로 끝나는 한편 노조가투쟁방침을 선회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규모 사업장 산별전환 시도 '원점' = 이번 임단협 기간 산별전환 조합원 투표를 실시한 사업장은 총 10곳으로 이중 현대차와 대우조선해양, 로템 의왕, 로템창원 등 4곳이 `투표자 3분의 2찬성'조건을 채우지 못해 산별전환에 실패했고 대우종합기계, 대우상용차, 대우정밀, 동양물산, 캐피코, 다이모스 등 6곳에서 가결됐다. 현대차의 경우 총 3만9천100명중 참가율 89.09%, 찬성률 62.05%를 기록했다. 현대차 노조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투표를 미룬 위아(옛 기아정기)나 30일로예정된 현대미포조선도 현대차의 영향으로 산별전환 추진을 유보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현대차와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 사업장의 산별전환이 좌절됨에 따라그동안 중소사업장 위주로 이뤄진 산별노조의 구도를 바꾸기는 힘들게 돼 당분간 산별노조 자체가 재계에 큰 위협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번에 산별전환이 확정된 곳 중 가장 규모가 큰 대우종합기계의 조합원수는 2천400명으로 금속노조 산하 최대 사업장인 두산중공업(3천400명)에도 못미친다. 그동안 자체 역량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 산별전환에 소극적이었던 대기업노조들이 지난 4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차원의 중앙교섭 합의에 탄력받아 한때 산별노조 구도에 일대 지각변동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결국 이번에도 대규모-중소 사업장으로 갈려진 `노-노'간 벽을 무너뜨리는데는 성공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현대차 노조의 노선선회 = 현대차 노조는 쟁대위에서 다음주 파업을 현재의 1일 6-8시간에서 3-4시간으로 줄이는 등 파업의 수위를 크게 낮추는 한편 사측의 요청을 수용, 다음달 1일부터 임단협을 재개키로 했다. 노조 집행부의 이같은 노선 조정은 지난 24일 쟁의행위 조합원 찬반투표의 찬성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한 데 이어 산별전환 시도도 무산되는 등 잇따라 일반 조합원의 전폭적 지지를 끌어들이는데 실패한데 따른 현실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주 40시간 근무제나 비정규직 문제, 산별노조 등 정치적 이슈에 대해 일반 조합원들 사이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데다 가뜩이나 현대차-다임러크라이슬러상용차 합작 지연으로 노조가 외부의 눈총을 받아온 상황에서 강경노선을 계속 고수한다는 것 자체가 집행부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해서 민주노총과 금속연맹의 `총대'를 멜 경우 임금 복지 수준 등 당장 피부에 와닿는 문제들은 정작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합원들 사이에팽배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민주노총 차원의 대정부 투쟁과 사내 임단협 투쟁을 병행해온 노조는 앞으로 무게 중심을 사내 문제로 옮길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노사 양쪽이 실리와 명분을 챙기는 수준에서 임단협을 예상보다 조기에 마무리할 것이라는관측도 나오고 있다. ◆향후 영향과 전망 = 현대차 노조에서 산별전환 투표가 부결됨에 따라 나머지대규모 사업장에서도 당분간은 산별 전환 추진 움직임이 주춤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노동계 전면에서 투쟁을 이끌어 온 현대차가 그동안의 대리전 양상에서 탈피, 내부 문제에 주력키로 함에 따라 노동계 전반의 투쟁 강도 및 방향도 어느정도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현대차 노조 사례가 참여정부 들어 대대적으로 세불리기에 나서온 노동계의 결속력이 약화되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재계는 당초 우려와 달리 현대차 노조의 산별노조 전환 시도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자 일단 마음을 놓으며 이번 현대차 결정이 노동계가 강경입장에서 돌아서는 계기가 되길 주문하고 있다. 경총 등 재계는 그동안 대기업의 산별전환이 현실화될 경우 노동계의 `힘 키우기'로 엄청난 압박수단이 되는데다 총파업의 무기로 악용될 수 있다며 큰 우려를 표명하면서 현대차의 추이에 촉각을 세워왔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현대차 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 저조와 산별전환 실패는 더이상 과거의 강경일변도 투쟁방식이 조합원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노사가 힘을 합해 경영악화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는 현대차 노조가 첫 산별전환 시도에서 60%이상의 투표율을 이끌어낸 것 자체가 큰 성과이며 현대차의 투쟁 수위 조정도 전략상의 문제일 뿐 후퇴가아닌만큼 노동계 하투전선은 전혀 지장받지 않을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