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기업체 직원들이 서서히 휴가계획을 짜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들은 복잡한 국내.외 환경으로 휴가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하반기 경기전망이 불투명한데다 노조파업 등 산적한 현안이 많아 한눈 팔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이건희 회장은 다음달 2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달 말 출국한다. 이 회장은 강원도 평창과 캐나다 밴쿠버 등이 각축전을 벌이는 `2010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할 이번IOC 총회에 참석한 뒤 유럽 현지법인 등을 둘러보며 사업을 점검할 예정이다. 예년에도 특별히 여름휴가를 가지 않았던 이 회장은 올해도 별도의 휴가 일정을잡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LG 구본무 회장도 아직까지 휴가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 휴가를 가더라도자택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구상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오너인 최태원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SK그룹은 그룹 사정상 여름휴가를 갈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계열사 CEO들이 아직까지 휴가계획을 잡지않았거나 휴가계획이 아예 없는 상태다. 최 회장과 함께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김창근 SK㈜ 사장의 경우 원래 휴가를 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과 김동진 사장 등 최고경영진은 임단협이 결렬되면서파업수순을 밟고 있는 노조 문제가 현안으로 걸려 있어 휴가계획을 짤 여유가 없는상태다. 현대차 경영진들은 일단 노조의 올해 임단협 투쟁이 마무리돼 노사관계가정상화된 뒤에나 여름휴가를 구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과 유인균 INI스틸 회장도 아직까지 여름휴가 일정을 잡지못하고 있는데, 다만 이 회장의 경우 임직원들이 편하게 휴가를 다녀올 수 있도록 7,8월 중 4-5일 가량 휴가를 낸 뒤 자택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구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과 금호그룹 박삼구 회장은 7, 8월이 항공업계 최대 성수기인 관계로 아예 휴가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는데, 특히 올해의 경우 이라크전에 이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영업에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여름시즌이끝나도 휴가를 가지 않을 방침이다. 조석래 효성 회장도 바쁜 일정 때문에 휴가계획을 잡지 않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7월의 한.미 재계회의에 이어 8월에는 조 회장이 국제 회장직을맡고 있는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총회가 서울에서 개최되는 등 7-8월 바쁜 일정으로 인해 따로 여름휴가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워크아웃기업인 대우인터내셔널의 이태용 사장은 2000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정기휴가를 반납한 데 이어 올해도 휴가계획을 잡지 않고 있으며, 서경배태평양 사장은 휴가 대신 직원들과 함께 워크숍을 가질 예정이다. LG텔레콤 남용 사장은 휴가를 반납하고 직원들과 함께 산에 올라가 자사 통신의 통화품질을 테스트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