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 내 도금업체 Y화학 공장. 도금작업이 끝난 금속 옷걸이를 꺼내는 7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고용허가제가 무산됐다는 소식에 걱정의 눈빛이 역력했다. 박정환 사장(57)은 더 애를 끓였다.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3D 업종은 공장 돌리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산업인력 관리도 좋지만 당장 숨 넘어가는 중소기업 살리는게 더 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남동공단 S도금조합 소속 7개 업체는 궁여지책을 짰다. 현재 고용 중인 40명의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체류 시한인 8월 말 이후 잠시 내보냈다가 다시 부르기로 한 것이다. 조합의 이성우 전무는 "지난 3월 강제출국을 우려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집단으로 직장을 이탈하는 바람에 일손 구하느라 엄청난 피해를 봤는데 강제출국을 피해 이들이 다시 도피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질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법안의 6월중 국회 통과가 무산됨에 따라 산업현장의 '인력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현재 28만여명에 달하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의 출국이 불가피해 '사람 구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남서 컴베이스 대표는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마저 출국하면 공백을 메울 방법이 사실상 없어 공동화 현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관련 대책을 모색 중이다. 노동부는 "산업연수생 제도를 대폭 개선하되 외국인 고용허가제 입법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불법체류자 출국 시한은 고용허가제 도입을 전제로 당초 3월 말에서 5개월 연장한 것인 만큼 원칙적으론 출국 시한을 재연장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책적 판단에 따라선 강제 출국자를 구제하는 대책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산업연수원생제도 관리ㆍ운영 주체를 현재 5개 부처에서 노동부로 일원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노동부 법무부 경찰 등으로 합동단속반을 구성해 오는 8월 말로 출국 시한이 끝나는 불법체류자 20여만명에 대해 적극 단속에 나서 최대한 많은 인력을 출국 조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희영ㆍ이계주ㆍ김태철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