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북핵'에서 '경제'로 옮아가고 있다. 뉴욕 맨해튼 왈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16일 민관합동으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는 대(對) 한국 투자규모가 30억~50억달러에 달하는 캐피털 펀드관계자 등 한국시장의 '큰손'을 중심으로 예상보다 2배가 넘는 4백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UBS의 필 그램 부회장(전 상원의원)의 개막사로 시작된 이날 설명회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텔레컴 KT 포스코 우리금융 등 한국을 대표하는 7개 기업의 IR(투자설명회)에 이어 청와대 권오규 정책수석과 반기문 외교보좌관이 새정부의 경제 및 외교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미국 투자자들의 관심은 주로 노동시장과 증권시장으로 모아졌다. 권 수석과의 질의응답 시간에서 참석자들은 "불법적 노사분규 등 노동시장의 불안정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어렵게 만든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한국이 막대한 통일비용을 제공했던 독일의 전례를 따를 것이냐"는 질문도 던졌다. 권 수석은 "새정부는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려 하고 있으나 불법적인 행동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조흥은행 분규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대로 처리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또 통일ㆍ경제정책과 관련, "독일은 벤치마킹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 당시 서독은 한국보다 훨씬 부유했으며, 우리는 북한을 지원할 만큼 충분한 돈을 갖고 있지 않다"며 "북한이 체코처럼 IMF IBRD 등 국제기구나 외부의 도움없이 강력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구조조정을 통해 민영화 토지개혁 등을 이뤄내는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한국 증권시장에서 배당세를 이중으로 내게 돼있어 문제"라며 "법으로 묶여 있는 연금기금의 주식투자비율을 상향조정하면 주식시장이 매우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고, 권 수석은 "신중히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새정부 출범직후인 지난 4월 열렸던 조윤제 경제수석과 김진표 경제부총리의 한국경제설명회 때는 참석자들의 관심이 '북핵'과 '불안한 한ㆍ미 관계'에 집중됐었다. 대부분 참석자들은 "북핵위기가 평화적으로 풀릴 수 있을 것인가" "한국내의 반미감정이 한ㆍ미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인가"를 물었고, 한국 정부관계자들도 이에 대해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러나 이날 설명회에서는 '북핵'에 대한 얘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오찬과 함께 진행된 권 수석의 연설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8개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모두 '경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반기문 외교보좌관의 기조 연설 때는 더욱 그랬다. 반 보좌관이 한ㆍ미관계와 북핵문제등에 관한 연설을 마친 뒤 질의응답시간이 주어졌으나 북핵과 관련한 질문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