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공사들이 여름 특수를 겨냥,가격할인 전쟁에 나섰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인한 경영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아시아 및 미국 항공사를 중심으로 2001년 9·11테러 때보다 더 큰 폭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캐세이퍼시픽은 홍콩에서 런던까지 왕복 항공권을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할인한 4백93달러에 팔고 있다. 싱가포르에어라인도 싱가포르에서 런던 로스앤젤레스까지의 왕복요금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이들 항공사의 할인정책은 대부분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사업상 항공편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가격 변동에 민감하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반면 미국 주요 항공사들은 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공세에 적극적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을 비롯한 미국 7개 항공사들은 최근 비즈니스 클래스 티켓 3장을 사면 1장을 공짜로 끼워주는 형태의 할인판매를 시작했다. 다수의 이코노미 클래스 고객보다는 소수지만 이익이 많이 나는 비즈니스 클래스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항공사들의 이같은 할인 경쟁이 당장은 효과를 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률 악화를 초래,항공업계 전반의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드레곤에어의 마케팅 담당 이사 앤디 텅은 "가격을 내리는 것은 쉽지만 다시 올리는 것은 어렵다"며 "항공사들의 가격 할인 경쟁은 자칫 항공권의 가격 구조 붕괴를 가져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