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에 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베트남계 청년이 미국 최대 반도체업체 부사장을 거쳐 국내 반도체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주성엔지니어링은 16일 트렁 도운(Trung T Doan) 전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코스닥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동시에 주성엔지니어링 같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벤처기업에서 외국인이 지휘봉을 잡는 것도 처음 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장비업체로 해외마케팅 강화와 기술 보완을 위해 도운씨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주성은 오는 27일 주총에서 황철주 현 사장과 함께 도운 사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등기할 예정이다. 도운 사장은 세계 2위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에서 기술총괄 담당 부사장 등으로 재직하며 특허를 많이 출원해 '반도체 발명왕'이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물론 이윤우 삼성전자 사장 등 국내 반도체회사 경영자들과도 폭넓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주성엔지니어링의 해외 마케팅과 기술 향상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운 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핵공학과 화학공학을 전공했으며 인텔 하니웰 필립스 등 굴지의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마이크론의 기술 총괄을 맡아왔다. 도운 사장은 "마이크론을 그만두고 한국까지 오게 된 것은 전적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의 잠재력과 기술력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운 사장은 "사장의 최대 역할은 이윤창출이며 매출액 대비 이익률을 45% 수준으로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성엔지니어링의 생산성은 세계적 기준으로 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제품완성도 제고 및 원가절감을 통해 이같은 이익률을 달성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외 마케팅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도운 사장은 "15년간 마이크론에 근무하면서 전세계 반도체 관계자들과 인맥을 쌓았다"며 "이를 활용하면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취임 이후 첫 공략지로 중국을 꼽았다. "중국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들과 접촉하면서 합작법인 설립과 기술이전 등을 통해 시장 개척에 나설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도운 사장은 삼성전자와의 관계도 개선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성엔지니어링은 2001년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납품이 중단된 상태다. 그는 "주성엔지니어링은 기술로 승부하는 만큼 높은 기술수준을 갖출 경우 삼성전자와의 관계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