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일선에서 한걸음 물러서 있던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75)이 오랜만에 사업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보여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최근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매립지 개발과 관련 "서울 도곡동 삼성타워팰리스를 능가하는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도록 하라"고 직접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명예회장은 뿐만 아니라 영업마케팅팀에 "도곡동 삼성타워팰리스 입주자들의 불편사항과 요구사항을 정밀 분석해 보고할 것"까지 지시했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99년 3월 현대산업개발로 옮긴 뒤 경영을 아들인 정몽규 회장에게 일임한 채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정 명예회장의 지시를 놓고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은 "조언 수준일 뿐이지 경영 전면에 나서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건설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수영만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사업은 현대산업개발이 사활을 건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정 명예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다시 발휘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수영만 매립지에 들어설 주상복합아파트는 80층 이상 높이로 국내 최고층인데다 바닷가에 세워진다. 해풍을 감안해야 하는 등 설계단계에서부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사업이다. 사업비를 정확히 계산해내는 것조차 힘들다는 게 현대산업개발측의 설명이다.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대박?을 장담할 수는 없다. 초고층 빌딩 건설에 따른 건축비 인상 때문에 어림잡아도 평당 분양가가 1천만원에 이를 전망인데다 주택 경기마저도 불투명해서다. 초고층 아파트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반응이 괜찮을지도 아직 미지수다. 국내 최고 명성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어 보이겠다는 정 명예회장의 의지가 어떤 성과를 이룰지 주목된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