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신경영 2기의 경영목표로 '나라를 위한 천재 키우기'를 제시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5일 신경영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선진국과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어 자칫하다간 5∼10년 뒤 우리가 먹고 살 산업이 바닥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데 삼성이 적극 나서야 한다"며 글로벌 인재확보를 위해 사장단이 직접 뛰고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이와 함께 지난해 이건희삼성장학재단을 만들어 우수인재를 아무 조건 없이 지원하고 있는 것처럼 제2의 신경영은 '나라를 위한 천재 키우기'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미래에 확실하게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인재양성밖에 없다는 신념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회의'에서 시작된 신경영 1기의 화두가 '질(質) 경영'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사람 경영' '인재 경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천명, 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천재를 키워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에 대비하자는 취지다. 삼성은 또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있는 신수종사업을 발굴, 육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전자ㆍ통신기술과 건강관리를 결합시킨 U(유비쿼터스)헬스사업, 가정 생활에서도 쓸 수 있는 서비스용로봇 개발,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미래형 반도체 등 보다 과감한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10년에는 세계 1등 제품을 현재 13개에서 50개로 늘린다는 비전을 확정했다. 사회공헌활동과 투명경영, 정도경영을 통해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사회친화적인 경영도 핵심전략으로 추진키로 했다. 삼성은 이같은 인재경영, 미래성장엔진발굴, 세계 1등 제품확보, 사회친화적 경영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계획이다. '처자식 빼고 다 바꾸자' '나부터 변화하자'는 슬로건으로 출발한 삼성의 신경영은 지난 10년간 삼성그룹 계열사와 그 직원들은 물론 재계와 사회전반에 이르기까지 큰 변화의 흐름을 일으켰다. 남들보다 2시간 일찍 출근하고 조기에 퇴근해 자기를 계발하자는 '7ㆍ4 근무제'는 본격적인 변화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불량품이 생산되면 원인을 규명하고 완전한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라인을 멈추는 '라인스톱제'의 전면도입, 불량품을 전부 수거해 직원들 앞에서 태워버리는 '불량품 화형식' 등은 '질 위주의 경영'을 삼성 전계열사 직원들의 뼈속 깊숙이 새겨놓았다. '이건희 신드롬'으로까지 불린 삼성의 신경영은 그때까지 우리 기업이나 사회에 만연해 있던 외형중시의 사고를 품질과 기능을 중시하는 사고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다. 삼성은 '나라를 위한 천재 키우기'라는 슬로건으로 신경영 2기의 깃발을 바꿔 달았다. 왜 또 다시 인재경영인가. 이는 우리 경제가 신경영을 처음 제창했던 당시와 마찬가지의 위기상황에 다시 봉착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신경영은 세기말적 상황에서 경제전쟁에서의 패배, 일류 진입의 실패는 경제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역사인식과 사명감에서 출발했다"며 "지금 우리 경제는 외부환경 탓도 있지만 과거 선진국도 겪었던 마(魔)의 1만달러 시대 불경기에 처한 상황으로 신경영 선언당시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지금부터는 과거 10년보다 더한 불확실성과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앞으로 10년 동안 삼성의 경영자와 임직원들이 신경영의 초심을 잃지 않고 위기의식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았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