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경영의 실체는 조기출퇴근제(일명 7ㆍ4제), 품질개선을 위한 라인스톱제, 비교전시 경영 등 몇 가지 상징적인 변화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조기출퇴근제 1993년 7월 전 임직원의 근무시간을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로 조정한 이른바 '7ㆍ4제'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을 구체화하는 개혁의 신호탄이었다. 당시 삼성 직원들의 업무 개시 시간은 오전 8시30분. 1시간30분의 변화는 '잠에서 덜 깬' 삼성 직원들에게 '변해야 산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7ㆍ4제는 러시아워를 피할 수 있게 해 물류비용을 줄이고 업무효율을 높였다. 직원들은 퇴근 후 여가활동과 어학공부 등에 시간을 활용했다. 7ㆍ4제는 경영성과 향상은 물론 삼성 맨들의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7ㆍ4제 이전과 비교해 외국어 자격 취득자는 1만4천2백명에서 3만5백명으로 배 이상, 정보화 자격 취득자는 1천9백명에서 3만5천명으로 18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8년 8개월간 실시된 7ㆍ4제는 2002년 3월부터 8ㆍ5제 등 탄력근무시간제(Flexible Time)로 다양하게 변모했다. 라인스톱제 삼성이 경영혁신을 위해 뿌리에서부터 바꾸려고 시도한 첫번째 사례가 불량품이 발견되면 생산라인을 완전히 세우고 원인을 규명하는 라인스톱제다. 신경영에 앞서 이건희 회장이 부회장이던 1982년 삼성전자의 VTR 라인을 정지시키라고 처음 지시했을때 임원들 사이에선 반발이 적지 않았다. 경험이 많고 현장 사정을 잘 아는 임원들은 "원래 생산초기에는 불량품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라인을 돌리면서 문제가 드러나고 그것을 수정하면서 품질이 개선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신경영 추진 이후에도 라인스톱제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지만 차츰 불량률이 줄어든 것은 물론 불량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돼 갔다. 비교전시경영 벤치마킹 대상을 제품별로 설정해 놓고 삼성이 만든 제품과 선진사 제품을 항상 비교 전시하면서 삼성 제품의 현주소를 파악한다는게 이 회장의 지론. 그는 신경영을 추진하면서 1993년 3월 로스앤젤레스 센추리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를 통해 비교전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5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 회의는 사장단에 현지 유통매장을 돌아보게 해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삼성 제품의 현주소를 깨닫게 했다. 이 회장은 회의 이튿날 10여개 제품에 대한 비교전시회를 직접 주재하면서 2백여평의 홀에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10여개 품목의 삼성전자 제품과 선진 제품을 비교전시했다. 이 회장은 사장단이 보는 앞에서 삼성 제품과 경쟁사 제품을 분해해 나가며 사장들이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