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들어 새로 구성돼 11일 첫 회의를 가진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선 역대 정부 경제수장들의 고언이 줄을 이었다. 특히 새 정부의 경제정책 결정 시스템 미비, 정책방향의 문제점, 노사문제 대응의 부적절성 등을 우회적으로 지적하는 목소리가 상당수 쏟아졌다. 원로경제인회의 위원인 나웅배(羅雄培) 스페코 고문은 법에 따른 노사분규 대응과 경제부총리 중심의 시스템화를 주문하고 "지금 경제가 어렵다지만 항상 어려웠다"며 단기대응이 아니라 기업구조 및 금융개혁 등의 장기 대책을 주문했다. 사공일(司空壹)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도 부총리 중심 시스템을 위한 정부조직법 정비와 노사관계 안정, 청와대 경제수석 부활을 제안했고, 김종인(金鍾仁) 대한발 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은 노사문제에 대한 인내 및 노 대통령의 `단안'을 통한 경제운용을 강조했다. 이헌재(李憲宰) 전 재경장관은 "정부가 주안점을 둬야 할 분야는 주거안정과 기회균등을 위한 교육보장"이라며 "시장주도의 다원주의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해야 할지 말지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은 만큼 이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병주 서강대 교수는 `화끈한 정책'을 경계할 것을, 박 철 한은 총재고문은 중소기업 부실화에 따른 금융대란 및 자금경색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김대환 인하대 교수는 성장에 무게를 두되 분배를 해치지 않게 접근할 것을 각각 주문했다. 특히 나웅배 고문과 사공일 이사장이 지적한 `경제부총리 중심 시스템'과 관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줘 부총리 중심으로 정책을 운용토록 할 것이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은, 공정위, 금감위 등의 독자성도 충분히 존중돼야 하므로 정부기관간 긴밀하게 의견교환을 하며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정착시켜 나가야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고 조윤제(趙潤濟)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전했다. 조 보좌관은 당초 브리핑에선 "노 대통령이 `부총리는 이들 기관과 의사교환만 가능하므로 정책을 협의하는 시스템이 정착하는 데 앞으로 2-3년은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소개했다가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 이같이 정리했다. 이는 조 보좌관의 당초 브리핑 내용에 대해 `노 대통령이 그동안 밝혀온 입장과 달리 부총리 중심에 부정적인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회의에서 "정치적 이유로 경제를 왜곡할 수 있는 단기부양책을 안쓰겠다"고 재확인하고 노사관계에 대해 "도덕적 합리주의의 바탕위에서 노사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도 투명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