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의 황제'로 불리는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어려운 문제를 비유로 풀어 설명하는데 일가견이 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란 낯선 단어를 제인 폰다의 다이어트에 빗대 '기업의 군살빼기'라고 풀어냄으로써 김대중 대통령도 쉽게 이해했다고 한다. 현 정부에선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비유를 즐겨 쓴다. 그는 개혁 타이밍을 '우물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물이 말랐을 때 바닥청소를 하듯 기업도 불황때 개혁해야 한다는 논지.예전에는 똑같은 논쟁이 우물이 아닌 목욕탕에서 주로 일어났다. 여름철에 목욕탕을 수리해야 한다는 것이 개혁파들의 주장이었음은 강 위원장과 같다. 공정위는 예고한 대로 오늘(9일)부터 6개 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들어간다. 강 위원장은 이미 상당한 혐의를 포착했다고도 말했다. 물론 재정경제부 등 다른 경제부처나 재계에선 경제가 극도로 어려운데 '왜 하필 지금'이냐는 반응이다. '참여 정부'는 요즘 온통 '경제 살리기'가 화두다. 대통령도 '개혁'이란 말 대신 '경제 최우선'을 화두로 삼고 있다. 재계와의 화해에도 앞장섰다. 지난 1일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삼계탕 회동'도 대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전분기 대비 -0.4%)이 설비투자 부진 때문임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것이지만 '우물도 너무 말라버리면 기능을 잃고 만다'는 대통령의 '역(逆)우물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때 맞춰 이번 주엔 국민경제자문회의 첫 회의(11일)가 열린다. 조순ㆍ나웅배 전 경제부총리, 이헌재 전 장관 등 경제원로들이 대거 참여하는 만큼 노무현 정부의 경제운영이 그동안의 노(勞)편향에서 원위치로 복귀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10일)를 시작으로 부동산 가격안정 심의위원회(11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12일), 거시경제점검회의(13일) 또한 이번주에 줄을 잇고 있다. 최근 들어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많아지고 있다. 경기전망에서도 낙관론과 비관론을 수시로 왔다갔다했다. 최근에는 올해 4% 성장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에 다시 힘을 실었다. 지난 5월 금통위에서 박 총재는 "혹한(경기급랭)과 폭서(부동산 과열)가 공존해 난로를 들일지, 에어컨을 들일지 고민"이라고 말했었다. 이번주 금통위에서는 어떤 말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