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정부투자기관 및 공기업 사장과 임원 후보자 4백여명을 추천했으나 청와대가 수용을 거부, 집권당 출신 인사들의 산하기관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8일 정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민주당이 공기업 등 산하기관에 파견할 당 출신 인사 4백여명을 추천한데 대해 '자격 미달'이라는 이유로 임용을 최소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료들을 공기업 및 산하기관에 파견하고 싶지만 이들이 객관적 평가에서 전문가 등을 앞지르지 못하는 것으로 판명됐다"며 "당 추천 인사들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60여개 주요 공기업 및 산하기관장 자리에 갈 사람은 거의 없으며 장관이 임명하는 자리에도 극소수만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지분을 출자했거나 업무를 위임한 공기업 및 산하기관은 1천여개에 이르며 이중 국회에 계류 중인 산하기관관리기본법이 발효될 경우 법 적용을 받는 기관만 5백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들 기관의 최고경영자 등 임원이 교체될 경우에 대비, '인재 풀'을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무수석실 관계자는 "당 출신 인사들 대부분이 전문적 능력면에서 합격점을 받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청와대측은 수석비서관들이 참여하는 인사위원회에서 공기업 및 산하기관장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작업을 벌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영향력만으로 인선절차를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대철 민주당 대표는 올 초 "당 출신 2백∼3백명을 공기업 및 산하기관에 파견할 방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나라종금 사건으로 구속된 염동연 민주당 인사위원 등이 주축이 돼 추천자들을 선별했지만 이 과정에서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인사를 주도했던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새로 인사위원을 임명해 다시 추천받는 등의 절차를 밟는게 정상이지만 청와대에서는 아무런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이 인선을 주도한 민주당 인사위원회는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당의 인사에 대해 근본적 불신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 산하기관에서는 산업연구원(KIET) 원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가스공사 사장, 가스안전공사 사장 및 감사, 한국수력원자력 이사장 등 10여 개의 자리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거나 공석 상태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