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항공사에 대해 세금 감면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게 된 것은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미국 상.하원이 30억달러가 넘는 예산을 자국 항공사들에 지원키로 한 것과 비교하면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인천공항공사도 지난달 30일 "5~7월분 공항착륙료(보잉 747기준 1회 2백80만원)를 10%를 깎아주겠다"고 발표했으나 싱가폴 대만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이 20~50%씩 내린 것에 비추면 미흡하다. 이라크 전쟁에 이어 터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여행객 수가 많은 중국과 동남아 항공노선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아시아권 전체 항공사의 경영수지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1·4분기 각각 1천8백억원과 5백95억원의 적자를 냈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4분기에 적자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3월 68%에 달했던 평균 탑승률이 4월 59%,5월 57% 수준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는 예년의 탑승률보다 20% 이상 낮은 수준으로 사스뿐 아니라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는 국내 경기여건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른 수건도 짠다=대한항공은 최근 희망퇴직 형태로 2백여명의 직원을 퇴사시키는 한편 무급휴직제를 실시키로 했다. 정부가 지원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상당한 수준의 자구를 요구해 추가적인 인력감축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어 무작정 사람을 줄일 수도 없는 게 고민이다. 항공사들은 신규투자는 물론 올해 예정된 신입사원 채용도 속속 연기하고 있다. 판촉비 광고선전비 등 소모성 경비도 최대한 쥐어짜고 있다. 대한항공은 보잉747기 2대를 비롯 모두 7대의 항공기를 연내 매각하고 안전관련 필수투자 외의 일반투자 집행을 유보키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그동안 워낙 많은 자산을 팔아치웠기 때문에 정부가 별도로 '요구'할 것이 없을 정도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기내식 사업부와 항공기 엔진을 매각했을 뿐만 아니라 지상조업 자회사인 AAS(아시아나공항서비스)도 매물로 내놓았다. ◆돈 미리 당겨 쓴다=자산담보부증권(ABS)은 미래 매출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자주 이용한다. 하지만 양대 항공사들은 최근 ABS 발행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비상시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해둔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소정의 금리(수익률)를 줘야 하는 '빚'이기 때문에 장차 자금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천억원 상당의 ABS를 발행한데 이어 최근 또다시 산업은행을 주간사로 2천억원 상당을 조달하기로 했고 대한항공도 엔화표시 ABS 3백60억엔어치를 발행할 예정이다. 양사는 미래 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는 ABL(자산담보부대출)도 활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연초 2천억원 이상을 이 방식으로 빌린데 이어 대한항공도 상반기중 3천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