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5개월 연속 적자에 이어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실물경기가 급속히 악화돼 경기 위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SK글로벌이 청산절차에 들어갈 경우 금융시장은 물론 전체 경제가 더 큰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또한 경기연착륙에 실패함으로써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돼 경기회복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됐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도소매판매 증가율이 53개월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산업생산과 출하는 7개월만에 최악으로 떨어졌으며 재고증가율은 23개월만에 최고에 달했다. 정부와 민간연구기관들은 이같은 경기침체가 5월중 더 심화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2.4분기 3%대 성장률 확보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경기진작을 위해 적자국채 발행 없이 4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4%대의 성장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경기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다. ■경기급랭 원인 산업생산은 작년 동월 보다 1.8% 증가, 전달 대비 3.2%포인트 하락했다. 생산자제품 출하도 1.2%증가하는데 그쳐 전달 보다 2.1%포인트 떨어졌다. 도소매판매는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와 소비심리위축 등으로 전달보다 1.3%포인트 떨어진 마이너스4.3%을 기록,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벌였다. 특히 올해 우리경제의 성장동력으로 평가됐던 설비투자는 4.2%가 줄어 전달보다 무려 4.3%포인트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1.4분기까지 그런대로 유지되던 실물경기 전반이 4월들어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여기다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0.2%로 전달에 비해 1.3% 감소하면서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앞으로 경기전망을 어둡게 했다. 이같은 경기급랭 현상은 정부정책의 혼선과 세계경제회복 지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북핵문제, SK글로벌 사태 등 복합적인 원인에 기인한다. 정부정책의 경우 새정부 들어 기업들의 투자활성화 정책들이 잇따라 나왔지만 부처간 의견조율 지연과 상충되는 정책 등으로 기업투자심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유차 도입을 놓고 환경부와 산자부 등이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경차규격 확대는 업체간, 국가간 이해문제가 걸려 방침을 못정하고 있다. 또 정부는투자활성화를 위해 골프장 등 스포츠시설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키로 하면서 공무원들의 골프제한과 기업들의 골프접대비 규정 강화 등의 정책을 내놓아 투자활성화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출은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경기침체와 중화권의 사스피해로 증가세가 최근 3개월 연속 둔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 안팎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이 불안감 때문에 쉽게 돈주머니를 열지 않아 경제가 악순환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망과 대책 정부는 2.4분기중 실물지표가 4월과 5월 가장 나쁘고 6월들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4-5월 상황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2.4분기 전체적으로는 3%대의 성장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때문에 올해 경제성장률은 3%에도 못미칠 수 있어 추경편성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계획 대로 4조원 정도의 추경을 편성하면 0.5%의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현재 상황의 심각성으로 보아 이 정도로는 4% 성장률을 확보하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추경규모가 최소한 5조-6조원은 돼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야당이 내년 총선을 의식, 반대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그러나 6월 이후 소비가 살아나 경기상황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불안심리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있지만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고 미국경제가 살아날 조짐이어서 전반적으로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신석하 박사는 "3월까지는 일부 실물지표와 심리지표가 개선되는 양상이었지만 4월까지만 해도 이라크전이 있던 달이어서 실물지표가 4월까지 계속 하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 박사는 "4월만 보고 더 심화된다고 보기는 이르며 정확한 것은 5월까지 봐야알 수 있고 3분기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측한다"면서 "소비자평가.기대지수, 기업실사지수 등 심리지표는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 경제분석팀장은 "4월 지표는 예상된 수준이며 지난 1분기 지표에서 선행지표의 움직임을 볼 때 2분기가 성장률측면에서 가장 안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4월은 대외적으로 이라크전, 사스의 본격화, 국내적으로 SK글로벌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위축 등 악재가 다 모여있을 때다. 성장률측면에서는 2분기가가장 바닥이 될 것이며 2%대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김종수 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