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 대한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가운데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임춘원씨(65)가 진로의 대주주는 장진호 회장이 아니라 자신이라며 장씨를 상대로 주식반환 청구소송을 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소송은 임씨가 진로 주식을 상당량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나돈 적이 있어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임춘원씨의 주장 현재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임씨는 29일 서울지방법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임씨는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는 장진호 회장을 상대로 진로 주식 64만5천6백13주(31.42%)를 돌려달라는 주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임씨는 "이 주식은 지난 85년 작고한 진로 창업주 장학엽씨가 '아들인 장 회장이 너무 어리니 잘 돌봐달라'며 간청해 개인 돈으로 매집한 것이며 지난 92년 3백억원에 장진호 회장에게 양도했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또 "장씨가 93년부터 작년까지 10년간 매년 30억원씩 주식 대금을 분할 지급하기로 해놓고 한 번도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당시 받은 어음 10장(3백억원어치)과 전 진로쿠어스 대표인 문상목씨,전 진로 대표이사를 지낸 장기하씨의 확인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임씨는 주식을 반환받게 되면 외국 자본을 유치,진로 회생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국적 맥주회사인 샌 미구엘에서 받은 투자의향서를 제시했다. ◆임씨 주장을 둘러싼 정황 장진호 회장과 사촌형인 장익용씨는 80년대 중반 경영권 분쟁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장 회장이 수세였는데 임씨가 보유 지분을 장 회장에게 넘겨줘 경영권을 확보케 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임씨는 과거 장 회장의 부친인 장학엽씨와 잘 알고 지내던 사이여서 장 회장을 은밀하게 도왔다는 말이 있었다. 임씨가 지목한 문상목 전 사장은 "임씨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진로유통에 임씨와 관련한 기록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정관리에 미치는 영향.의문점 한 마디로 현재 진행 중인 법정관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설사 소송에 이겨 주식을 반환받더라도 대주주 지분 소각 규정에 따라 전부 소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장 회장과 임씨 간의 개인 채무관계의 성격이 짙어 주식 문제와는 큰 관계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임씨가 10년이 지난 뒤 소송을 낸 배경은 아직도 의문이다. 10년간 매각 대금을 받지 못한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에 주식 반환을 청구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임씨는 이번 소송을 통해 제3자 매각 과정에서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고기완·이관우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