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가 5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지속함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추세가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간혹 1∼2개월 적자를 낸 적은 있지만 5개월째 적자는 처음이다. 외환위기 극복에 큰 힘이 됐던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무너질 경우 경기침체 부동산 투기와 맞물려 경제난의 해법을 더욱 찾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경상수지 적자가 해외 배당금 지급이 집중된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며 이달부턴 적자행진을 멈출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물류대란 등으로 인한 수출 악영향이 이달부터 가시화할 가능성도 있어 낙관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소득수지 적자 사상 최대 그동안 줄곧 서비스수지 적자에 발목을 잡혀왔던 경상수지가 4월에는 '소득수지'라는 복병을 만났다. 소득수지란 국내기업이 해외에 투자하거나 국민들이 해외에 취업해서 벌어들인 돈(이자 배당금 임금 등)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벌어간 돈을 뺀 것이다. 소득수지 적자는 지난달 12억달러로 전달(4억3천만달러)에 비해 3배로 늘었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국내 12월 결산법인들의 배당금 지급이 4월 중에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득수지는 해마다 4월에 가장 큰 폭의 적자를 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매년 4월의 소득수지 적자규모는 △99년 9억5천만달러 △2000년 10억1천만달러 △2001년 7억달러 △2002년 7억3천만달러로 해마다 연중 최대치였다. 특히 작년에는 국내 기업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 배당금 규모가 크게 늘어난 점도 소득수지 적자폭을 늘리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이달부턴 소득수지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외환보유액으로 보유한 미국 국채 이자수입(2,5,8,11월)으로 되레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경상수지 적자 지속될까 경상수지 적자행진은 4월을 기점으로 한 고비를 넘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유가하락과 국내 경기부진 등으로 소비재 자본재에 대한 수입이 줄고 있는 데다 사스 등의 영향으로 해외여행도 위축돼 여행수지가 크게 나빠질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20∼30%대를 웃돌던 수입증가율이 4월엔 18.1%로 낮아졌다. 지난달 내국인 출국자수는 전달에 비해 41%나 급감한 33만9천명에 그쳐 4년 만에 가장 적었다. 조성종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5월 중 조업일수가 줄었고 사스 물류대란의 영향이 6월부터 수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지만 돌발변수가 없는 한 올 경상수지가 당초 예상했던 10억달러 적자(상반기 20억달러 적자,하반기 10억달러 흑자)보다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