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소기업이 국내 대형 로펌을 낀 일본 대기업과의 특허분쟁에서 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법정싸움 끝에 승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국제 특허분쟁은 자동약 포장기업체인 제이브이메디(대표 김준호)와 이 분야 세계 최대기업인 일본 유야마사간에 약국 자동화장비의 일종인 자동정제분류포장시스템(ATDPS)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이 시스템은 의사의 처방전을 가져오면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기계가 자동으로 약을 조제하고 복용법까지 표면에 프린터해 주는 기술로 전세계에서 4개 회사만이 보유하고 있다. 기계 1대당 가격도 1억원을 호가할 정도의 고부가 제품이다. 특허소송은 제이브이메디가 지난 99년 이 제품을 국산화, 연간 2백억원 규모인 국내 시장의 90%를 석권한 후 일본 업체의 아성이었던 미국 시장까지 잠식하면서 발생했다. 유야마가 제이브이메디의 당시 주력제품이었던 반통형 디자인이 자사의 원통형 제품을 모방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제이브이메디는 "말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국내 특허법원은 제이브이메디에 두차례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유야마는 해외 바이어들에게 승소 사실을 알리며 더이상 제이브이메디의 수출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국내 대학병원 약국 등을 상대로 수십 건의 기계 사용금지 가처분소송도 제기했다. 제이브이메디로선 미국과 체결한 1천만달러짜리 계약이 무산되는 등 수백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자칫하면 회사가 문을 닫을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제이브이메디는 유명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는 등 전력 대응에 나서 최근 판결을 뒤집었다. 김준호 사장은 "유야마측에 피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며 "수출 주문이 꾸준히 늘어 내년에는 4백억원대의 매출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