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좋은 디자인에 열광한다" 해외 유명기업 최고경영자들이 갖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다. 디자인경영은 기업경영의 핵심요소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디자인 경영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전략이 성공하고 실패하는지 정경원 KAIST교수(전 한국디자인진흥원장)가 최근 펴낸 저서 "사례로 본 디자인과 브랜드,그리고 경쟁력"을 통해 살펴본다. ◆영국항공(BA)의 실패와 성공사례=영국항공은 세계 항공의 역사다. 1919년 런던과 파리를 잇는 국제정기선에 취항한 이래 국제적인 항공사로 성장했다. 현재 1백2개국,2백55개 도시에 취항한다. 이 회사는 1990년대 중반 대대적인 이미지개선 작업을 벌였다. 비행기 본체에 지역 특색을 상징하는 여러 그래픽을 도입했다. 비행기 꼬리날개에 스코틀랜드의 전통 타탄 체크무늬,붓글씨로 흘려 쓴 한자(漢字),남아프리카 특유의 문양 등 다양한 이미지를 그려넣었다. 세계 각국 고객들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 대대적으로 벌였던 이 작업은 소비자에게 큰 혼란을 주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이 회사는 또 다른 디자인에 도전했다. 비즈니스클래스의 의자를 마주보고 앉을 수 있게 설계한 것이다. 공간활용도와 고객의 편의를 향상시킨 좌석디자인은 대히트를 쳤다. 마주보면서도 차양을 칠 경우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구조와 수평에 가깝도록 펴지는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영국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각인시키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됐다. ◆쌈지의 디자인 경영=이 회사는 1997년 '딸기'라는 캐릭터를 개발했다. 장난기 넘치고 못생긴 외모의 엽기소녀를 친근감 있게 표현한 딸기는 현재 가방 지갑 구두 등 70여품목의 3천여제품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디자인은 예술과 사업,문화를 이어준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디자인기획 단계에서부터 제품화와 마케팅 등을 고려했다. 또 전 직원의 디자이너화와 디자이너의 경영감각 체득을 위해 집중 교육시켰다. 이에 따라 쌈지는 전국에 3백50여매장을 갖춘 매출액 1천억원 이상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밖의 사례와 디자인경영 성공요소=칫솔을 단순 소모품에서 구강위생을 위한 소형 전자제품으로 승화시킨 브라운의 오랄B 전동칫솔도 대표적인 디자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질레트 계열사인 브라운은 독특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기능적이며 아름다운 디자인 등 5가지 디자인 원칙을 갖고 제품을 설계한다. 체구가 큰 서양인들을 공략하기 위해 강인한 스타일로 개발한 현대자동차의 싼타페,디지털웨이의 MP3플레이어 엠피오,삼성물산의 래미안 등도 디자인경영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정경원 교수는 "성공적인 디자인경영을 위해선 체계적인 디자인 경영시스템 구축,다양한 내·외부 전문인력 활용,제품의 전 개발과정에 디자인부문이 참여하는 통합 프로세스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