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원가 부담이 작은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아시아 기업들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국의 달러화 약세 용인 분위기 때문에 더욱 불리한 상황에 처할 것 같다. 미국이 `강한 달러'정책을 포기할 경우 위앤(元)화의 환율을 달러에 연동시키는 `페그'제를 고수해온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은 28일 미국이 `강한 달러' 지지정책에서 후퇴하는 듯한 기미가 뚜렷이 나타나면서 아시아 역내국 정부와 업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시아 국가들로서는 자국통화의 대(對)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더라도 하루 거래량이 총 1조5천억달러에 이르는 외환시장에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점이 고민거리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엔과 한국의 원, 태국의 바트, 싱가포르 달러 등은 미 달러에 대해서뿐 아니라 `페그'제 때문에 위앤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리 위시 부원장은 "위앤화 가치하락은 중국 상품의 경쟁력을 더 높여줄 것이며 달러 약세는 중국의 수출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재정경제부의 권태신 국제업무정책관은 "우리 수출품의 30∼40%가 중국과 직접 경쟁하고 있다"며 위앤화 약세가 지속되면 상황이 "특히 한국에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이 `약한 달러'를 용인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태국 등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아시아국 섬유업체들은 위앤화 약세로 특히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다. 중국이 위앤화 약세에 편승해 자국 섬유제품의 수출가격을 깎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지난 1년여간 세계 외환시장에서 줄곧 하락세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위앤화 약세가 새삼스런 현상은 아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분석으로는 교역상대국들의 통화바스켓 가중치에 대한 위앤화의 가치는 올들어 지금까지 3.8% 떨어졌고 지난 12개월사이의 하락률은 6.9%에 이른다. 중국은 이미 달러화에 대한 자국통화 상승세를 지켜봐온 한국과 일본 등 주요경쟁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한 상태다. 일본과 한국 정부가 통화가치 절상추세를 둔화시키려 외환시장에 개입해왔는데도 지난 1년새 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6% 가량 올랐고 원화는 4% 이상 상승했다. 물론 위앤화 약세가 이들 아시아국에 불리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아시아 기업의 경우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당 8.28위앤선으로 묶은 중국의 고정환율제 때문에 위앤화 가치가 인위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데 이의를 달 전문가는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앤화가 달러화에 대해 최고 40%까지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위앤화 고정환율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비단 아시아에서만 높은 것은 아니다. 미국 `전미제조업협회'의 프랭클린 바고 부회장은 "중국에 환율조작 중단압력을 넣어 위앤-달러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도 이런 의견이 대두하고 있다. 유로화도 작년 11월이후 달러와 위앤화에 대해 17%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례에 비춰 중국 정부가 해외의 위앤화 가치 재평가 요구에 굴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통화가치의 급변으로 인한 인플레 충격을 재연시키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지금처럼 위앤화가 달러화에 대해 안정세를 유지해야 외국인직접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