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에어컨에 이어 양문형 냉장고에서도 예고된 신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어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말 '은 나노(Nano)' 기술을 적용한 양문형 냉장고 '지펠' 신모델 56종을 출시했으나 일부 문제가 노출되면서 특정 모델을 제외하고 제공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 나노 기술'이란 은 입자를 나노(10억분의 1m) 단위로 잘라 플라스틱 및 고무패킹 원재료와 섞거나 덧입히는 것으로 유해균 살균 및 항균기능을 가지고 있어 최근 가전3사가 앞다퉈 백색가전 신제품에 채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지펠 신제품에서 나노향균 코팅의 색상 트러블을 비롯해 인버터 모터, LCD 등 도입부 부품 문제가 전 모델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로인해 일부 모델은 한달째 유통이 거의 중단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에 있는 한 대형할인점의 가전담당자는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가 나란히 나노기술이 적용된 양문형냉장고를 내놓았으나 삼성전자 제품은 출시 예고만 됐을뿐 아직 신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할인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나노항균 냉장고중 일부 모델은 출시 이후 최근들어 공급이 끊긴 상태"라며 "이유는 회사 내부사정이라고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측은 이에대해 "일부 할인점의 경우 삼성전자와 할인점과의 관계 때문에 신제품이 공급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술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얘기는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성전자는 올초 예약판매한 에어컨의 경우도 일부 구매자들에게는 약속한 일자로부터 길게는 석달이 가까워 오도록 설치를 해주지 못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말부터 2개월간 에어컨을 예약판매하면서 구매자들에게 3-4월 설치를 약속했으나 신제품 공급이 지체되면서 일부 소비자들의 경우 연거푸 2-3차례나 설치가 연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초 실외기 1대에 실내기 2대를 연결한 삼성전자 최신형 에어컨을 주문한 H씨는 300만원이 넘는 대금을 일시불로 지급했으나 회사측은 공급 약속일인 4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모두 3차례 에어컨 설치를 연기했다. 이같은 현상은 삼성전자가 최근 에어컨 판매경쟁에서 뒤지자 품질 테스트 등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신제품 출시나 예약판매를 조기에 강행했기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양문형 냉장고의 경우도 최근 삼성전자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나노항균' 기술에서도 경쟁사에 선수를 빼앗기면서 무리수를 둔 것이 결국 공급 차질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가전부문의 부진에 대해 연초부터 그룹 고위층의 호된 질책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뭐든지 1등을 해야한다는 강박감이 결국 이같은 부작용을 낳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