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공동관리 시한(6월18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SK㈜와 채권단간 의견차이로 SK글로벌 자구안 제출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SK글로벌 채권단은 SK㈜에 매출채권 1조5천억원을 모두 출자전환하라고 요구한 반면 SK㈜는 1조원 이상은 어렵다고 버티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21일 제출한 자구안에 SK㈜의 매출채권 1조원어치를 출자전환하되 국내는 4천억원만 하고 해외 6천억원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채권은행장들은 국내 1조5천억원어치를 모두 출자전환하고 해외 6천억원은 탕감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SK㈜는 1조5천억원을 출자전환하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데다가 경영진이 주주들로부터 배임으로 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을 뿐더러 사외이사들을 설득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미 출자전환 가능성을 들어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무디스, S&P 등 신용평가사들이 재차 등급을 내릴 우려가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빌릴 수 없어 현금으로 석유를 사오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는 국내 채권기관들이 약속대로 SK텔레콤 주식을 담보로 2조∼3조원을 지원해준다 해도 해외 석유회사들이 신용도를 들먹이며 공급을 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에 `배짱'도 보이고 있다. SK글로벌을 청산할 경우 대주주나 관계사의 상거래채권이 후순위로 밀리기는 하지만 SK㈜는 SK글로벌의 모회사가 된지 불과 몇 년 밖에 안되기 때문에 전액을 날리지는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SK그룹이 분식회계를 저질러 회사와 채권단에 엄청난 손실을 끼쳐놓고도 뉘우치기는 커녕 오히려 채권단에 부담을 덮어씌우고 있다고 불쾌해했다. SK글로벌의 부실은 SK그룹의 자금창구 역할을 하느라 생긴 것인데 이제와서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 채권단은 상황에 따라 출자전환 규모 1조원에 합의할 수도 있지만 SK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1조5천억원을 모두 받아내야겠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일부 채권금융기관들은 SK㈜가 매출채권을 전액 출자전환하지 않을 경우 채권회수율이 조금 낮더라도 청산시키는게 낫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은 향후 계열사 거래를 통한 영업이익 규모를 믿고 SK글로벌을 지원했다가 계열사들이 태도를 바꿀 경우 손실만 더 커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채권단 관계자들은 "그룹이 출자전환과 구조조정 등 고통을 감내해 기업을 회생시키겠다는 각오가 돼있어야 채권단에서도 부채 출자전환 등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그같은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채권단은 SK그룹이 다음주 초까지 만족할만한 수준의 자구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SK글로벌을 청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 관계자는 "공동관리 시한 3개월이 거의 끝나가기 때문에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서 "1개월 연장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SK계열사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최윤정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