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설비투자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달 들어 성장동력인 수출이 급감하자 2.4분기중 3%대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을 한국은행은 3.6%, 도이치은행은 3.0∼3.5%로 예상하는 등 아직은 3%대 성장에 대한 기대가 우세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 등 일부 경제예측기관은 이에 회의적인 시각이다. 2분기 성장률이 3%선 밑으로 추락할 경우 추경편성(4조∼5조원) 등 경기부양을 해도 정부가 제시한 연간 성장률 마지노선 (4%) 달성이 어려워 추가 대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이달 수출 마이너스 우려 작년 하반기 이후 우리 경제성장을 주도한 동력은 수출이었다. 특히 올들어 극심한 소비.설비투자 위축속에서도 수출만은 호조를 보여 성장을 지탱해왔다. 하지만 이달 들어 '사스'와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 세계경제의 침체 등으로 수출이 급격히 줄면서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수출은 73억200만달러로 작년 동기대비 9.2% 줄었고, 수입은 84억2천만달러로 8.9% 증가했다. 정부는 이달 수출이 작년 동월과 비슷한 142억∼143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현재의 수출 추세로 볼 때 막판 밀어내기를 하지 않을 경우 140억달러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달 수출이 작년 동월에 비해 감소한다면 이는 작년 6월(-0.3%) 이후 11개월만의 마이너스 반전이다. 지난 1-4월중 수출은 20.5% 증가했다. 한은은 이달 영업일수가 작년 5월에 비해 2∼3일 정도 줄어든 것이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사스와 물류대란, 세계경제 침체 등이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수출 호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대 중국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는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 해 1.4분기중 중국에 대한 수출은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60.8% 증가했으나 4월중엔 38.6%로 증가율이 큰 폭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배상근 박사는 "4월중 중국에 대한 수출이 매우 부진했지만 여기엔 사스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사스로 인한 수출차질이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게 돼 전망은 더욱 어둡다"고 말했다. ◆ 2분기 3% 성장 비관론 확산 소비와 투자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경제의 성장 동력인 수출마저 급감하자 2분기 성장률이 3%선 밑으로 추락하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카드채문제와 연체율 상승으로 카드사와 은행들이 돈줄을 죄면서 내수가 마이너스권으로 침체해 있는데다 1분기 성장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휴대폰 재고가 증가하고 있어 2분기엔 3%대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GDP의 70%를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이 사스로 인한 중국의 수입수요감소, 화물연대 파업, 재고 증가 등으로 1분기에 비해 침체한다면 성장률 추락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금리로 400조원 가까이 불어난 과잉 단기유동성이 실물로 돌지않고 부동산으로 흘러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카드채 문제로 인해 자금시장이 사실상 마비상태인만큼 조속한 대책을 세우고 카드사를 포함한 2금융권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금융시스템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G경제연구원 김기승 연구위원은 "성장률이 3%선 아래로 꺼질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미-이라크전 이전의 고유가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가 4월부터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사스, 조업일수 감소, 수출 감소 등으로 산업활동이 저조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 박정룡 경제예측팀장은 "2분기가 1분기에 비해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사스와 화물연대파업 등이 어느 정도 수출과 산업생산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