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기업 삼성' 대 '일등 LG'. "LCD PDP 가전 등의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주장하는 LG의 일등주의와 "2위와 격차를 더 벌려라"고 하는 삼성의 패권주의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전자분야가 최접전지역이다. 올들어 급신장하고 있는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시장에서 삼성SDI와 LG전자는 경쟁적으로 투자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3월 삼성SDI는 올해 모두 3천7백4억원을 투자해 천안사업장에 월 6만5천대 규모의 PDP 2라인을 건설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투자금액은 연초 기업설명회(IR)에서 밝혔던 2천9백90억원보다 24% 늘어난 것. 지난해 2라인 투자계획을 먼저 발표했던 LG전자는 최근 3라인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맞불을 놓았다. 내년 9월까지 3천3백억원을 들여 월 7만5천대 규모의 PDP 3라인을 짓겠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9월부터는 다시 LG전자가 삼성SDI를 제치고 생산량 면에서 1위로 올라서게 된다.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분야에서도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는 용호상박(龍虎相搏)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간으로 1위를 유지했다고 발표한데 대해 LG필립스LCD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5개월 연속 대형제품시장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고 맞받아쳤다. 또 올 3월 삼성전자가 1천8백?2천1백㎜ 이상의 대형유리기판을 사용하는 7세대 라인투자계획을 발표하자 LG필립스LCD의 구본준 사장은 지난달 "현재 기술수준으로 7세대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하면서 6세대 라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대형제품 개발경쟁에서도 지난해 10월 LG가 42인치 개발을 발표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삼성이 46인치를 발표하고 12월초 LG가 52인치 개발을 발표하자 삼성은 12월말께 54인치제품 개발을 발표하는등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일부 분야에서 자신감을 되찾은 LG가 보다 공세적으로 삼성을 몰아붙이면서 감정적인 마찰까지 발생하고 있다. 구본준 사장은 지난달 중순 일본 도쿄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전문 전시회 'EDEX 2003'에 참석한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1등을 빼앗긴 것은 2차대전 당시 일본의 패배와 비슷한 것"이라고 언급,물의를 빚기도 했다. 최근에는 LG전자와 IBM의 합작사인 LGIBM이 자사제품 광고에서 삼성전자의 노트북 컴퓨터 '센스' 시리즈를 간접 비판,삼성측을 자극했다. 삼성전자 최신형 노트북 '센스X10'을 연상시키는 제품 사진 위에 '넌센스'라는 제목을 달고 무선수신과 배터리 방열기능 등을 비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두 업체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일본 업체들을 추격해 국내 PDP와 LCD 등의 사업이 조기에 성장했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지나친 경쟁은 두 업체 모두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택·강동균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