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특수강업체인 기아특수강의 경영권이 골드만삭스와 짝을 이룬 북미 최대 철강업체 ISG에 사실상 넘어감에 따라 국내 특수강 시장이 '무한경쟁 체제'로 접어들게 됐다. ISG의 한국 시장 진출로 기아특수강과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창원특수강은 물론 창원특수강의 모기업인 포스코도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됐다. ISG의 영업전략에 따라 기아특수강으로부터 자동차용 차축과 크랭크샤프트 등을 납품받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어떤 형태로든 부담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수강 시장 판도변화 ISG스틸은 지난해 탄생한 신생 철강회사지만 미국 내 부실 철강회사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워왔다. ISG는 클리블랜드 시카고 번스하버 스패로우스포인트 등지에 일관제철소를 포함,미국 내 10개주에 철강공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연간 1천6백만t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특히 지난해 베들레헴스틸을 인수함으로써 자동차 외판용 표면처리강판 부문에서 강점을 확보하게 됐다. 기아특수강 인수 추진도 자동차 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특수강은 연간 50만개의 차축을 생산,현대 기아 쌍용 GM대우 르노삼성 등 국내 전 완성차메이커에 공급하고 있다. 자산가치만 1조원이 넘는 기아특수강의 최신 설비를 인수하게 된 ISG가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펼칠 경우 당장 이들 자동차 메이커의 원가부담이 커지게 된다. 국내 특수강의 생산원가가 일본보다 15∼20% 가량 저렴해 수입제품으로 대체하기도 쉽지 않다. 삼성증권 김경중 애널리스트는 "특수강 생산은 진입장벽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자동차 외에 건설 항공우주 플랜트 등 수요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외국기업과 내수경쟁 외국 철강업체가 국내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일본 야마토스틸에 이은 두번째. 야마토스틸은 한보 부산제강소를 인수,사명을 YK스틸로 바꾸고 국내 전기로 제강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특수강 시장은 전반적인 공급과잉으로 기아특수강과 창원특수강이 제품 종류별로 역할분담을 해왔지만 외국업체의 인수로 이런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다가 내년부터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서도 완전 무관세화가 예정돼 있어 국내 철강시장은 완전한 글로벌 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서울지법도 국내 특수강 산업기반의 약화라는 부담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법은 ISG와 경쟁한 세아제강도 자본력과 경영노하우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금액차가 워낙 커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