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일본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높은 저축률이 급격히 하락,일본의 또 다른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최근 발표한 2001년 국민경제통계연보에 따르면 일본의 가계저축률(수입에서 세금등으로 나가는 돈을 뺀 가처분소득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율)은 90년대 초반만 해도 15%에 달했으나 2001년에는 6.9%로 급락했다. 정부관계자들은 저축률이 지금은 6%도 안될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저축률의 날개가 꺾인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고령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닛세이기초연구소는 노동능력을 상실한 고령인구는 모아 놓은 금융자산이 많아도 매년 저축해 놓았던 돈을 생활비로 빼내 쓰기 때문에 전체 저축률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고령화 외에 해마다 뒷걸음질친 가계소득 또한 저축률 하락에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수입이 줄어들고 초저금리로 이자소득은 제로(0)나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살림을 꾸려가자면 저축률이 낮아지는 게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저축률이 급락하자 일본정부와 이코노미스트들은 과소비병에 걸린 국가로 자신들이 비웃었던 미국과 처지가 역전되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 일본과 큰 격차를 보였던 미국저축률은 9·11테러 이후 2년간 상승세를 지속,5%대로 올라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저축률이 계속 낮아질 경우 일본경제의 선순환 구조에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세계의 자금과 노동력을 흡수해 최대 소비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가계저축을 주요 성장에너지원으로 삼아온 일본은 저축이 바닥날 경우 설비투자와 공공사업등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트랙터즈 라보의 오키 아리히토 사장은 "약 7백조엔의 채무를 안고 있는 일본정부의 국채를 사들이는 투자자들은 90%이상이 일본의 개인들"이라며 "이들이 저축을 외면할때 채권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