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급성 심장마비로 타계한 권철현(權哲鉉) 중후산업 회장은 지난 62년 연합철강을 설립, 당시 민간 철강기업으로는 국내 최대규모(100만t)로 키운 철강경영인이다. 하지만 77년 유신정권을 비판하다 회사 경영권을 국제그룹에 빼앗기고 복역까지 하면서 `비운의 경영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됐다. 권 회장은 자신이 설립한 연합철강을 국제그룹에 빼앗기면서도 약 3분의 1의 지분은 유지, 국제그룹이 공중분해되고 회사가 다시 86년 동국제강에 넘어간 뒤로도 경영권 회복 노력을 끝없이 펼쳐왔다. 특히 동국제강이 연합철강 성장을 위해 증자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영향력 축소를 우려한 권 회장이 정관변경(수권자본금 증액)에 동의하지 않아 20년 가까이 갈등을 빚어오는 것은 철강업계에서는 매년 되풀이되는 `뜨거운 감자' 가운데 하나다. 권 회장의 타계로 연합철강 증자를 둘러싼 동국제강-중후산업 갈등구조에 다소간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철강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권 회장은 비록 연합철강 경영권 회복의 `한'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만 그의 장남인 권호성 사장이 AK캐피탈컨소시엄을 구성, 법정관리중인 한보철강 인수를 추진중이어서 대를 이은 철강업 집념이 관심을 끈다. 권 사장은 네이버컨소시엄을 구성, 한보철강 매각에 나섰다가 실패한 적이 있으나 작년 AK캐피탈컨소시엄으로 한보철강 매각을 재시도, 오는 7월 중순 인수완료를 목표로 차질없이 진행중이다. 중후산업 관계자는 "앞으로 필요한 약 3억5천만달러의 한보철강 매입대금 펀딩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권 사장은 한보철강을 성공적으로 인수, 세계적 철강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게 선친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묵 기자 economa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