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시장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는 `카드대란설'에 대한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오후 카드사와 시장 담당 팀장 및 과장 이상 간부들을 소집, 3시간 가까이 카드 관련 회의를 갖고, 카드사의 경영 및 영업과 시장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장시간의 회의는 올 들어서만 3월과 4월 두차례 발표한 카드 대책과 이달초에내놓은 보완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끊임없이 카드대란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당국이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마련됐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이날 회의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올 하반기에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사의 외부조달 자금 규모와 카드사의 상환 계획, 연체율 추이,카드사의 증자 및 자구노력 등 카드사 관련 문제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대란 위기 아니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논의 끝에 `대란' 우려까지 나올 상황은 아닌 만큼 3월과 4월 대책에 따른 카드사들의 증자 및 자구노력 이행 여부와 시장의 반응을 일단 지켜보고 추가 대책 마련 여부를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 시장에서는 신규 카드채 발급과 거래가 부진한 상태에서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채, 기업어음(CP) 등과 상반기에 만기가 연장된 자금까지 겹칠 경우 카드사들이 다시 자금 조달난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국고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인 4.2%대까지 떨어졌지만 카드채 금리는 7%안팎을 유지하고 있어 카드사들이 카드채 발행을 주저하고 있고 발행을 하더라도 카드사들의 경영난 지속 가능성 때문에 소화해줄 수 있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또 올 하반기가 만기인 카드채와 CP 등 카드사의 부채는 19조원을 넘고 여기에하반기로 만기가 연장된 자금까지 합치면 카드사들이 하반기에 갚아야 할 부채규모는 24조∼2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금감위와 금감원은 카드사들이 하반기 부채 상환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고 4조6천억원의 자본 확충과 비용절감을 통해 수지를 개선하면 자금조달의 선순환구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문제의 핵심인 연체율도 4월들어 올라간 것으로 파악되지만 신규 연체는줄어들고 있어 5,6월을 정점으로 하반기부터는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드사 스스로 해결 유도 금감위와 금감원은 직.간접의 지원보다는 카드사들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시장의 위기감을 없애는 쪽으로 일단 방향을 잡았다. 이는 애매한 상황에서 다시 지원책을 내놓을 경우 앞선 두차례의 대책에서 불거졌던 `관치금융' 논란이 재현될 수도 있고 위기 상황에서 자구노력보다는 정부에 손을 벌리면 된다는 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부담감으로 풀이된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우선 상반기로 예정된 2조1천억의 자본 확충 계획을 확실하게 이행하도록 카드사들에 지도하고 하반기로 계획된 2조5천억원도 가능한 7∼8월로앞당겨 실시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LG카드의 대주주인 워버그핀커스 컨소시엄과 구본무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이 유상증자를 최종 확정하는 등 대주주들이 잇따라 증자에 참여하고 있어 자본확충에는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또 인건비 등 경비절감(8천819억원), 수수료율 현실화 등(8천34억원), 부가서비스축소(4천379억원) 등 카드사들이 제출한 2조1천232억원의 비용절감 계획에 대한충실한 이행도 감독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카드사들에 오는 19일부터 29일까지 실시될 기업설명회(IR)에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확실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막연한 계획과 전망보다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을 전달하도록 주문했다. ◆시장의 신뢰 회복이 관건 그러나 시큰둥한 시장 반응이 변할지는 미지수다. 자본확충도 실제로 이행됐을 경우 효과가 있는 것이지 계획 발표만으로는 신뢰할 수 없고 연체율 상승세를 고려할 때 자본확충 규모도 이미 발표된 4조6천억원보다 더 늘려야 안심할 수 있다는게 시장의 시각이다. 연체율도 카드사들이 대환대출을 활용,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되지않는다면 더욱 급격하게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금감위 관계자도 "외부 지원과 대책은 일시적일 수 밖에 없는 만큼 카드사들 스스로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