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금융사고가 터지면 단골로 등장하는 상품이 있었다. 바로 양도성 예금증서(CD)다. 지난 92년 옛 상업은행 명동지점장 투신자살이나 장영자 어음부도 사건 등 대형 금융사고에 CD는 빠짐없이 주역으로 등장했다. CD란 은행이 예금을 근거로 무기명으로 발행한 정기예금 증서를 말한다. 통상 1천만원 이상의 목돈을 3개월 내지 6개월 정도 운용하는 데 적합한 단기상품이다. 은행에서 발행된 증서를 직접 살 수도 있고 증권사에서 유통되는 CD를 구입할 수도 있다. 약정 기일에 증서 소지인에게 원리금을 지급한다. CD가 금융 비리에 자주 연루되는 데엔 이유가 있다. CD는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있는 예금통장이기 때문이다. 보통 예금통장에는 통장 주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이 있지만 CD는 이름이 명시되지 않은 채 무기명으로 거래된다. 처음 상품 매입자와 만기 때 원리금을 찾아가는 사람만 은행에서 확인할 수 있을 뿐 중간 유통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확인이 어렵다. 따라서 익명으로 자금을 저장하기 좋은 수단이다. 또 일단 매입해 갖고 있으면서 이자 수입을 올리다가 돈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중도에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있는 등 현금화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이 때문에 이른바 '검은 돈'이나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자금을 은닉하거나 변칙증여 등의 통로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최근엔 금리가 정기예금 수준과 비슷하기 때문에 고수익 재테크 수단으로서 CD의 매력은 줄었지만 꾸준히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CD 매매를 중개하는 증권사에는 거액 자산가들의 매입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정기예금 수신액이 충분한 상황에서 굳이 이자를 물면서까지 CD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다며 발행을 꺼리고 있다. CD는 투자대상뿐 아니라 시중 자금상태를 알려주는 지표물로도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CD 91일물의 유통수익률은 금융시장의 단기 지표금리로 활용된다.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매달 내는 이자는 CD 금리에 연동돼 변경된다. 따라서 CD 유통수익률에 따라 대출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곤 한다. CD는 일반적인 예금거래와 같다. 비록 무기명으로 가입하지만 가입할 때엔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증표를 지참해야 한다. 일단 가입하면 중도 해지가 불가능하다. 만기 전에 현금화하고자 할 경우엔 증권회사에서 매각할 수 있다. CD의 특성상 할인식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만기 후엔 별도의 이자 없이 액면금액만을 지급받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CD를 분실할 경우 처리 절차가 자기앞수표에 준해 행해지기 때문에 보관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만기 때까지 갖고 있을 생각이라면 은행에 보관해 두는 게 좋다. 또 CD는 예금자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