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D램 관세유예협정(Suspension Agreement)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독일 인피니온 테크놀로지가 16일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마이크론의 스티브 애플턴 사장과 인피니온의 울리히 슈마허 사장은 이날 프랑스 니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반도체회의(WSC)에 참석해 다우존스와 이례적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하이닉스에 대한 한국정부의 보조금이 전세계 반도체업계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애플턴 사장은 하이닉스가 한국의 은행들로부터 지난 3년간 지원받은 150억달러는 마이크론과 인피니온을 모두 인수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라면서 "이런 상황에서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는가"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하이닉스가 생존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한국정부의 지원이었고 이는업계 전체에서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하이닉스의 생사여부가 시장에서 결정될수 있도록 내버려 두라고 한국 정부에 촉구했다. 그는 이어 최근 대만과 일본업체들이 하이닉스에 대응조치할 것임을 밝히고 있는데 대해 "최근의 상황은 매우 심각해지고 있으며 모든 관련업체들이 하이닉스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턴 사장은 하이닉스에 대한 상계관세율이 예비판정에서의 57.37%보다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이같은 관세부과는 한국정부로 하여금 하이닉스를 정당하게 처리토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일련의 사태는 하이닉스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며 현재 하이닉스는 기업으로서 매우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인피니온의 슈마허 사장도 애플턴 사장의 말에 적극적인 동의를 표시하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측이 오는 7월말까지 하이닉스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마허 사장은 "지금까지 하이닉스에 강한 압력이 가해졌다"며 "이로 인해 최근전세계 D램 업계에서는 상위 3개 업체로 재편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하이닉스 문제와 별도로 D램 업계의 통합 필요성이 절실하다며 현재 시장점유율이 2-3% 정도로 비교적 소규모로 분류되는 업체들은 합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애플턴과 슈마허 사장은 이어 하이닉스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원은 최근의 D램가격 하락을 부추겼으며 결과적으로 업체들의 수익성을 떨어뜨림으로써 신규 기술투자를 막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최근 전반적인 경기침체도 D램업계 부진의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 업계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은 하이닉스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하이닉스의 파하드 타브리지 부사장은 다우존스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하이닉스는 정당한 방법으로 융자를 받았을 뿐이라며 마이크론과 인피니온은 사람들의 생각을 조작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브리지 부사장은 최근 IBM이나 휴렛패커드(HP)와 같은 업체들로부터 주문이 쇄도하고 있으며 특히 400㎒급 DDR(더블데이터레이트) D램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수요를 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면서 "하이닉스는 마이크론 등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지난 2년간 생산설비를 확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자원부는 이날 한국산 D램에 대한 미국의 상계관세 예비판정 이후 지난 13일부터 파리에서 한.미 D램 관세유예협정 최종협상을 개최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렬됐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