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대란을 겪으면서 기업들이 그동안 도입한 경영혁신 기법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JIT(Just in Time) 아웃소싱(outsourcing) 전자입찰 등 외환위기 이후 새로 도입한 경영혁신 기법들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었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검토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화주업체들간에는 직영화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송업체에 운송을 완전히 맡겨 놓았기 때문에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물류 소모품구입 채용 등 핵심역량 이외의 부분이라고 판단한 부분을 외부 전문업체에서 조달하는 아웃소싱 전략을 적극 채택했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물류 부문을 각각 토로스㈜와 SLS로 분사시켰다. 이들은 대부분 물류기획만 담당하고 실제 운송은 운송회사들에 맡겨왔다. 그러나 운송회사들이 지입 차량들에 과다하게 의존함으로써 차주들의 파업시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직영 차량을 늘리거나 최소한 배차를 직접 관리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업체들도 재료가 제조라인에 투입될 때에 맞추어 납품업자로부터 공급받아 제조공정의 소요시간을 단축하고 필요한 제품을 필요할 때 필요한 양만큼 만들어 공급하는 'JIT' 방식의 재고 관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후판 형강 등 선박용 기초소재 재고를 1주일치만 보유하는 JIT를 계속 적용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후판 가격이 인상된데다 운송료 인상분까지 전가될 것을 감안하면 무작정 재고량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부 형강재의 조달에 차질을 빚었던 대우조선해양은 재고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2주 조업물량에 해당하는 7만t을 적정 재고로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1주일 가량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후판 가격이 t당 2만∼4만원 가량 인상된 상태여서 재고량 증가와 이에 따른 관리비 상승이 원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진중공업도 재고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2주 작업물량 8천t 수준인 원자재 재고를 최대 한달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일단 연간 단위 기본계약과 별도로 월 단위 계약물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재고량을 적절히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조업중단 사태까지 겪은 현대미포조선은 철판 재고를 이틀치(1천6백t) 이상 쌓아 놓을 공간이 없어 걱정에 빠져 있다. 공개적인 경쟁에 붙여 조달비용을 최소화하고 비리와 잡음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도입했던 전자입찰도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포스코 등 업체들은 전자입찰을 통해 운송업체를 선정,가격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운송업체들간 과당경쟁에 따른 지나친 가격 하락은 차주들의 반발과 파업을 불러왔다. 화물연대와의 협상을 통해 운임을 인상해준 만큼 앞으로도 공개적인 경쟁입찰은 실시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김성택·이심기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