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조측 요구사항을 다 들어줬다. 운임 인상액을 화주가 왜 모두 떠안아야 하나. 비공식 인상안 가이드라인이 내려와도 절대 올려줄 수 없다."(박명환 대우일렉트로닉스 이사) "전체 지입차주 가운데 10%밖에 안되는 사람들이 나라의 물류를 마비시켰다. 힘이면 다 통하는 불법천지가 돼버렸다."(한찬수 한국타이어 차장) 화물연대 파업이 극적으로 타결된 직후인 15일 아침.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30층에서 열린 14개사 화주 대표들의 조찬모임은 정부 성토장을 방불케했다. "참여정부의 '친(親)노조' 성향을 재확인했다"는 불만이 거칠게 터져 나왔다. "수사관행을 개선하겠다는 표현으로 과적을 사실상 단속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과연 정부가 할 일이냐"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였다. 정부의 허술한 위기관리 능력을 꼬집는 발언도 꼬리를 물었다. 특히 직접적인 이해가 걸린 운송료 인상안이 화제에 오르자 회의장 분위기는 더 험악해졌다. 최태현 LG전자 부장은 "지난 3월 각 사업장별로 운송업체와 운임재계약을 했기 때문에 우리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더 이상 올려줄 계획이 전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기원 KP케미칼 팀장은 "운송체계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지 화주가 운임을 적게 준 것은 아니다"라며 화주에 대한 책임전가는 '절대불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선호 포스코 팀장은 "15% 인상안에 합의했지만 화물알선료가 그 정도라고 해서 받아들인 것"이라며 "정확한 인상률은 화주와 운송업자가 다시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조찬모임에서는 정부의 노조 편향적 노사관에 대한 산업계의 불만이 일부만 표출됐을 뿐, 직접적인 피해를 본 기업들은 물론 경제단체들은 앞으로 닥칠 '후폭풍'을 더 걱정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두산중공업 철도노조에 이어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서도 정부가 또 노조측의 손을 완전히 들어줌으로써 노사간 세력균형의 추가 노조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졌다"고 걱정했다. 중견건설업체의 K사장은 "정부가 이렇게 약한 적이 없었다"며 "산업발전에 따라 소관부처가 분명하지 않은 일들이 자꾸 터져나올텐데 앞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경제단체도 입이 한껏 나와있다. 이규황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집단적으로 밀고나가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법과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석 대한상의 상무도 "수출입 정상화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노.정 협상에서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경유세 인상분 전액보전 등 화물연대쪽의 요구사항들을 거의 수용, '뭐든지 힘으로 하면 된다'는 잘못된 선례로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번 합의에서 자영업자인 개인 화물운송업자의 신분을 근로자로 인정하고 노동3권 보장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은 앞으로 또 다른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총은 또 "집단적 불만해결 과정에서 불법행동이 용인됨으로써 법치주의 원칙과 사회질서 기반을 훼손시키는 선례를 남긴 점에 대해 심각히 우려한다"며 "경영계는 사후 처리과정에서 불법.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김병일 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