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부산지부 파업 5일째를 맞은 13일 대형 선사 가운데 처음으로 한진해운 소속 바이칼세나토호가 부산항 입항을 포기하고 기항지를 중국 상하이로 옮겼다. 수출 화물의 운송이 중단되면서 예정 물량을 태반도 채우지 못한 채 부산항을 출항하는 배들이 늘고 있다. 선적이 늦어져 출항이 4~5시간씩 지연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바이칼세나토호는 미주에서 부산으로 들어와 컨테이너 7백여개를 내릴 예정이었으나 감만부두 등 부산항 컨테이너 터미널 야적장이 포화상태에 달해 기항지를 상하이로 옮겨 화물을 내려 놓을 예정이다. 화물을 부산항으로 다시 들여와야 하는 만큼 상하이항 입항 관련 비용과 보관비용 등 선사측의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진해운은 또 북중국과 일본 서안을 출발해 부산항에서 각 목적항으로 옮겨 싣는 환적화물 처리를 부산항의 항만 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환적화물을 주로 취급하는 차이나쉬핑도 등 외국 국적 선사들은 부산항의 기능 마비로 모선 접안이 어려울 경우 부산항 기항을 포기하고 인근 고베나 상하이로 기항지를 옮긴다는 방침이다. 현대상선도 부산항 부두 야적장 장치율이 계속 올라가 컨테이너 화물을 내리기 어렵게 되면 불가피하게 기항지를 옮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부산 신선대 부두 2선석에서는 6만4천t급 현대 프리덤호가 당초 컨테이너 1천1백개를 실을 예정이었으나 약 34%인 3백70개밖에 선적하지 못했다. 컨테이너 물량의 상당수가 전자.전기 제품인 프리덤호는 화물을 다 싣지 못한 채 이날 오전 11시께 유럽으로 떠나야만 했다. 이 배는 선적 지연 등으로 예정보다 4시간 늦게 출발했다. 인근 4선석에서는 6만4백t급 몰 마스호도 예정 물량의 절반 수준인 2백54개의 컨테이너만 실은 뒤 오전 7시께 중동으로 떠났다. 이처럼 화물연대 컨테이너 트럭들의 파업으로 수출 화물이 부산 부두에 제대로 반입되지 않아 예약 물량을 30~50%밖에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배들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수입 컨테이너가 들어오는 신선대 부두의 경우 적정 최대 장치량(야적장의 컨테이너 수용 능력)이 3만2천개이나 파업으로 밖으로 운송되지 못한 컨테이너들이 쌓이는 바람에 야적장 가용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측은 국방부 수송사령부로부터 트레일러 10대를 지원받아 우선 신선대와 감만부두 사이의 환적화물 이송에 주력하고 있다. 환적화물은 신선대 전체 물량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신선대 터미널측은 환적 지연이 항만 국제경쟁력에 치명타를 가하기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터미널측은 또 철도청에 열차 20량을 요청, 컨테이너 운송에 나섰다. 그러나 열차로 수출 물량을 반입해도 부두 내로 옮길 화물트럭이 없어 컨테이너를 완전히 운송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다른 부두들도 마찬가지로 컨테이너 장치율이 1백% 안팎에 이르러 여유 공간이 거의 없다. 5부두에는 1천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실은 현대 듀크호와 수백개를 실은 스타 레이캉어호가 이날 오전 하역작업을 해 부두 내 화물은 자꾸 쌓여가고 있다.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 이정수 운영본부장(55)은 "앞으로 2,3일 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물류 기능이 완전 마비될 것으로 보여 조속한 타결이 절실하다"며 "24시간 비상운송체계를 가동해 처리율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신경원 기자 hyun@hankyung.com